정세환 전 청주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

정세환 전 청주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

[동양일보]21대 총선이 70일 정도 남은 요즘, 예비후보자들의 선거 운동과 정당별 인재영입이 한창이다. 전직 소방관, 전직 운동선수, 전직 검사, 전직 참모총장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인재영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중 빠질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청년’이다. 특유의 스토리와 젊음, 도전정신 등은 매 선거마다 정치권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왔다.

이처럼 청년 모셔가기가 한창일 때, 오히려 정당을 박차고 나온 청년도 있다. 자유한국당 중앙 대학생위원회 김태일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당 내 ‘자유민주대학생’ 전원과 함께 탈당하고, 신생 정당인 정민당 입당을 밝혔다. 포털 사이트 기사 제목에는 김 전 위원장이 ‘한국당이 문재인 탄핵을 외치지 않아’ 탈당한다고 도배되었지만, 본연의 뜻은 단순 탄핵 주장 이상에 있다고 본다. 탈당선언문에서 한 번은 실수지만 반복은 의도라 밝히며, 투쟁의 부족보다는 여당의 독주를 막아내지 못하는 제1야당의 무능함과 청년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외면을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중앙 대학생위원장은 작년 6월 당내 경선으로 선출된, 이례적으로 대학생을 대표하는 상설위원장이며 주요 당직 중 하나이다. 김태일 전 위원장은 한국당 내에서 선출된 유일한 비기득권층의 주요청년이었다. 정당한 청년대표의 쓴소리를 한국당은 젊은이의 단순 오기로 보지 말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청년인재가 당을 떠나는 것도 문제지만, 새로운 영입에도 문제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2호 영입인재인 원종건 씨는 지난 28일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당의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원 씨가 전 애인에게 성적 피해를 입히는 등의 데이트 폭력을 가했다는 미투 폭로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만의 일이었다. 당당하게 지역구 후보 출마 선언을 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화려하게 등장한지 약 한 달만의 초라한 퇴장이었다.

여당에는 감성팔이 영입, 더불어미투당과 같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거대 정당들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음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무작정 영입했다가 문제가 터지고 논란이 발생하면 뒤늦게 사과하는 일들이 매 선거 마다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각 정당들이 진정으로 청년을 위하지 않고, 청년들을 미래로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청년 정책들이 나오지만, 정작 청년들이 느끼기에 큰 변화는 없다. 기성세대 보다는 청년이 직접 행동한다면,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와 같은 공적인 영역에서 처음부터 장·차관으로 시작할 수는 없다. 신뢰를 받고 발탁되어 첫 발을 떼는 과정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총선에서 청년들이 선봉대가 되어야 한다는 말보다는 실천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청년의 정치참여와 출마가 중요하고 꼭 필요하지만, 아무나 데려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누구를 모셔 와야 할까? 그 전에, 인재영입이 과연 정말 필요한 것일까를 먼저 생각해 보자. 당 내에는 2030청년들이 이미 많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 지방의회에서 조례를 발의하고 직접 발로 뛰며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고 있는 지방의원들, 각 국회의원실에서 폭넓게 의정활동을 돕고 있는 보좌진들, 당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당원들, 그 모두가 이미 경쟁력을 검증받고 전문성과 애당심을 두루 갖춘 인재이다. 무리한 청년영입 대신 청년인재 재발견을 시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비례대표 당선권 번호 5석을 청년에게 배정하여 35세 이하 국회의원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정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청년을 위하는 정치인 대신, ‘청년 정치인’이 여러 정당에 많이 탄생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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