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미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김원미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2007년 황금돼지띠에 태어난 첫째 딸 윤서가 올해 초등학교 졸업을 했다.

주변의 육아 도움이 없었기에 100일도 되기 전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며 여러 사람 손을 타며 키운 아이라 엄마인 나에겐 애잔함이 많은 첫째이기도 하다.

100일이 지나면 뒤집기를 하고 돌 때쯤 걷고, 두 돌 전에 말을 하는 성장과정이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왜 뒤집기를 안 하지? 말은 언제쯤 하지? 이런 앞선 걱정 없이 잘 커준 것이야말로 부모로서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쁜 엄마를 만나 “엄마, 나는 왜 어린이집에 일등으로 가서 꼴등으로 집에 가는 거야? 집에 갈 때도 일등 하고 싶어.”라고 말했던 어린아이가 졸업식을 마치고 중학교 교복을 입으니 낯선 여중생이 내 앞에 서 있는 미묘한 감정에 울컥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전교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했을 때, 전교회장을 하려면 많은 희생과 양보를 해야 하고 아빠·엄마는 바빠서 학교 행사에 갈 수 없다고, 차마 나가지 말라고는 못하고 잘 생각해 보라고 하며 포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당선됐다는 전화에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부모로서 뒷감당(?)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졌다.

부모가 적극 밀어줘도 부족한데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에게 포기하기를 바랐던 미안함도 컸다.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칭찬을 해도 아이가 가진 강점을 크게 보지 못하고 첫째니까 당연히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나의 당연함이, 부모를 대신해 원하지 않았어도 동생의 보호자가 됐어야 했기에 윤서를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덕분에 학교 행사에 참여할 기회도 갖게 됐고, 많은 칭찬과 격려를 윤서 덕분에 받은 행복한 엄마였다. 배려심이 많고 밝고 건강한 우리 윤서 덕분이라는 것을 중학교 입학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이제야 느끼게 됐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윤서야!

교복을 입고 동생과 같이 사진 찍으면서 엄마는 마냥 어리게만 보였던 윤서가 너무 훌쩍 커서 속상하다고 했지만 건강하게 밝은 마음으로 잘 커준 너에 대한 고마움이 아주 많았어.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중학교는 시험을 보니깐 엄마의 잔소리가 더 많아지겠지? ㅋ) 엄마도 잔소리를 줄이도록 많이 노력해볼게.

무서운 중2병이 올까 봐 엄마는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오더라도 우리 사이좋게 지내보자.

엄마가 잘 때 하는 말 있지? 윤서야,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가 항상 윤서를 응원할게.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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