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동양일보]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때 하필 알려진 사망자만 5명이 발생한 교통대참사가 지난 17일 낮 12시경 전북 남원시 사매면 순천~완주 고속도로 사매 2터널에서 발생했다.

원인 제공자를 따지기 전에 고인들의 명복과 부상자들의 안위를 기원하면서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이 정부시스템의 부재인지 개인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폐해인지 한번쯤 따지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교통 최일선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사안을 재구성 해보기로 했다.

‘1:29:300’ 사회학자들은 대형사고는 우연히 한 번에 일어나지 않고 사고 발생 전에 수많은 경고를 보낸다고 하는 하인리히 법칙을 자주 말한다. 위 숫자에서 보듯 한 번의 대형사고는 300번의 경미한 사고와 29번의 중한사고가 발생한 뒤 일어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절대영역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가 맞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피할 수 없는 천재지변보다 사람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대재앙·대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매터널 사고 역시 2019년 12월 14일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44중 추돌로 7명의 사망자와 3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와 올해 1월 6일 경남 합천 33번 국도에서 41중 추돌로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로 겨울철 살얼음 사고의 심각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와중에 또 다시 발생했다. 뼈아픈 참사를 교훈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치부한 현실이 교통대재앙을 재차 벌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나만의 독백은 아니라 본다.

사매터널 사고 당시 CCTV를 통해 사고현장을 재구성 해본다.

먼저 터널 안으로 진입한 차량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눈이 내리면 규정속도보다 50%이상 감속하고 차간거리를 2배 이상 준수해야 하는 기본을 어긴 것으로 보인다. 또 고속도로처럼 주행우선도로의 사고 땐 2차 사고를 대비해 사고현장에서 빨리 빠져나와 도로 바깥으로 나가야 했는데 그런 대처 역시 없었다. 물론 터널 안이라는 제약조건과 겨울철 추위하는 변수가 작용했다 해도 이런 대처능력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보인다. 특히 터널 안 경미한 사고 때 차량을 터널 외부로 옮긴 다음 사고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CCTV 영상만으로는 왜 앞선 화물차량이 멈췄는지 원인이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더할 뿐이다.

터널 진입 차량의 속도여부도 눈여겨 볼 항목이다. CCTV상 대부분의 차량이 미끄러짐이 발생한 것은 살얼음 도로에 브레이크를 밟아 조향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빙판길에서는 시속 40㎞ 초과 때 제어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데, 앞차와 추돌한 차량이 시속 40㎞ 이상으로 주행했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낮 12시라 많은 운전자들이 빙판이 없을 것이라 예상 했던 것도 한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도로관리청의 세심한 배려도 아쉬운 대목이다. 터널진출입로 제설작업과 동시에 염수자동분사기와 그루빙 등 안전시설 강화조치를 매뉴얼화하고, 사매터널과 같은 겨울철 상습 결빙구간은 특히 바닥전기열선과 진입 LED 표지판 설치 등 안전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겨울철 도로살얼음은 운전 중 잘 식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고, 제동하는 경우 제동거리 증가와 함께 조향력을 상실하게 되어 차량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이것이 가장 큰 위험요소이자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북극곰도 미끄러지는 빙판길, 우선 겨울철 안전운전수칙의 하나로 조금 천천히 속도를 낮추고, 여유를 갖는 운전자세는 필수다. 지난 대형사고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충북의 겨울도로는 북극곰이 춤추며 반갑게 인사하는 안전한 도로, 안전한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들로 넘쳐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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