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자 보은교육청 장학사

김희자  보은교육청 장학사
김희자 보은교육청 장학사

 

[동양일보]겨우 내 단단한 껍질 속에 숨겨 두었던 봄빛깔이 노란 산수유꽃을 피워내며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꽃까지 만개했다. 꽃을 시샘하듯 변덕스런 봄바람에 아직은 아침,저녁 옷깃을 여미지만 이제 완연한 봄이다. 연둣빛 새싹을 틔우며 온 천지가 봄을 노래하기 시작하는 3월의 모습은 늘 경이롭다.

3월을 시작하며 봄의 생기를 더하는 소리가 있다.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학년의 희망을 나누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겨우 내 얼어있던 텅빈 교실을 활기찬 봄의 기운으로 가득 채운다. 꽁꽁 얼어있던 교실이 왁자지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로 넘쳐나고,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선생님을 따라 학교 이곳 저곳을 구경나온 1학년 동생들 사이로 축구공을 차며 이리저리 뛰노는 형아들 함성으로 운동장이 채워질 때 비로소 봄이 완성된다.

그러나, 올 3월은 갑작스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긴 겨울이야기를 나눌 선생님도, 함께 공을 차며 봄을 깨울 친구도 없다. 학교 담장이 노란 개나리로 환해지고 있는 데 생기를 더해 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역시 학교는 우리 아이들이 주인이었음을 느낀다. ‘집이 아름다운 건 그 안에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3월을 깨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어 우리의 봄이 아름다웠나 보다!

때아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리 모두는 아직 봄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개학이 연기되고 다시 휴업이 결정되면서 아이들도 선생님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이 왔음을 알리는 개나리처럼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기대에 설레었을 1학년 동생들도, 지난 설날 먹은 떡국으로 한 뼘 키를 키우고 더 의젓한 형, 누나가 되어 다시 만날 날을 기대했을 친구들도,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그리며 새교실의 먼지를 닦아냈을 선생님에게도 처음 맞이하는 긴 겨울인 셈이다.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필수품이 되었고 교직원조차도 발열체크를 한 후에야 교무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학습결손을 막아보고자 선생님들이 온라인 학습방을 개설하고 있지만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혼란스럽고 녹록치않다. 온라인 학습이 여의치않은 보은지역 작은 학교들은 급한대로 교과서와 학습준비물을 집으로 배달해 주며 가정학습을 돕고 있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전해질 행복키트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15일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전국민 캠페인’이 진행된다. 겨울을 이겨낸 작은 꽃들이 온천지를 깨우듯 지금의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가득한 일상의 봄을 맞고 싶다. 도란도란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봄이 성큼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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