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이승주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동양일보]단돈 500원만 넣으면 ‘꿈 소멸증’, ‘사람 멀미증’, ‘자존감 바닥 증후군’, ‘월요병 말기’, ‘가족 남남 신드롬’ 등 재미있는 이름의 20가지 증상에 대한 맞춤 처방전이 나오는 ‘마음 약방’이 있다고 한다. 서울문화재단과 hs애드가 함께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그 뛰어난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광고제인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바 있다.

서울시청 1층에 설치된 ‘마음 약방’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 증상에 맞는 영화 처방, 도서 처방, 그림 처방 등이 들어 있어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예술적으로 치료해 주고 영화티켓, 비타민제, 손 난로, 구급 밴드 등의 센스와 재치 넘치는 물품을 내줘 열렬한 인기를 얻어 모금액으로 2호점까지 열었다고 한다.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시대. 의학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마음의 병은 자꾸 늘어가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 자신만의 마음 처방전 하나가 필요하다.

생애 첫 직장에 발령을 받아 일하게 된 지 어느새 5개월 정도가 지났다. 두려움 반, 설렘 반이었던 첫 출근부터 지금까지를 찬찬히 돌아보니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 적도 많았고, 그만큼이나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에 지치고 의기소침한 날도 있었다. 생각처럼 일을 잘 해내지 못한 날 우울하고 고단한 내 마음을 치료해 줄 처방전이 어디 있을까 둘러보던 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나의 마음 처방전을 발견했다.

바로 토요일 오후까지 몰아서 자는 늦잠과 맛있는 한 끼, 그리고 운동이다. 취업 준비를 하며 장시간 흐트러진 자세로 앉아있으면서 허리 건강이 악화돼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한지도 반년이 넘었다. 필라테스와 줌바댄스를 병행하고 있는데, 사실 요즘은 운동을 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저조한 출석률에, 현관문을 나서기까지 정말 수 백 번 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 나다. 하지만 마음 처방전이 필요한 날이면 피곤한 몸일지라도 꼭 일으켜 밖으로 나간다. 쓸데없는 생각으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부정적인 생각들은 털어내면서 한 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신나게 운동에 집중한 뒤 마무리 스트레칭을 할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과 개운함이 든다. 또한 운동을 통해 몸의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고, 나의 마음 처방전 덕분에 스스로를 토닥토닥하며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해야 하는 상황과 요즘 들어 커지는 일교차 때문에 계속 운동하기 어려워지고 있지만, 내가 찾은 마음 처방전을 잃지 않고 계속 꾸준히 이어나가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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