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최근 20년 간 지진발생기록 제출 요구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40년 넘게 한 번도 지진이 나지 않았던 전남 해남에서 최근 잇따라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호남지역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역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기상청은 지난 4일 오전 해남 지진과 관련한 대책 회의를 열고 발생 원인 조사를 위해 진앙(지구 내부의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수직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 주변에 실시간 임시 관측망 4개를 설치키로 했다. 간척지이자 현재 농경지로 활용되는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에서는 지난달 26일 규모 1.8 지진을 시작으로 이날 오전 11시까지 54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그중에는 기상청이 통보하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지난달 28일(규모 2.1), 30일(규모 2.4), 이달 2일(규모 2.3), 3일(규모 3.1) 등 4건 포함됐다. 전날 발생한 지진은 1월 30일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규모 3.2 지진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강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도 10여건 접수됐다. 이날도 1.2∼1.9 규모의 지진이 10건 발생했다.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보통 지진은 단층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이 지역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4월 26일 전까지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다.

이 때문에 단층이 있는지 조사된 적이 없다. 최근 지진이 잇따르자 기상청은 부산대와 함께 2018년부터 한반도 지하 단층 조사 사업에 쓰던 임시 관측소 8개를 이미 해남으로 옮겨 설치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관측소는 연구용인 탓에 실시간 지진 관측만 될 뿐 지진 자료 수집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기상청이 추가로 설치하는 이동식 관측소는 실시간 지진 관측뿐 아니라 자료 수집·통보 기능도 갖췄다. 원인 모를 지진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오는 7일 정부는 방사광가속기 설치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시점을 앞두고 해남지역의 지진은 방사광가속기 유치지역인 전남 나주와 인접하고 있어 전문가 평가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방사광가속기 부지 주요 평가항목 기준으로 ‘지진으로부터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최근 20년 동안 제공부지로부터 50㎞ 이내에 리히터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 기록까지만 제출하도록 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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