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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세이/ 영원히 부치지 못한 어머니 전상서
동양에세이/ 영원히 부치지 못한 어머니 전상서
  • 동양일보
  • 승인 2020.05.12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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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웅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시세팀장
조태웅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시세팀장

[동양일보]지난 2월 마지막 날, 어머니는 서울의 원룸에서 홀로 돌아가셨다. 전날 밤 당신이 손수 끊이신 누룽지를 밤 10시에 잡수시고 잠든 채로 돌아가셨다. 주변 사람들은 “어머니께서 아프지 않고 돌아가셨으니 복 받으셨네요”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렇지만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이야. 임종조차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불효자, 죄인이라는 단어가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열여덟에 독자인 아버지에게 시집오셨다. 고이 자란 남편 대신 밭 일을 도맡아 하시고 다섯 아들과 딸을 키우며 고생하셨다. 10년 동안 중풍으로 앓아누우셨던 시아버지 뒷수발, 시어머니와 시누이들의 시집살이 속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난 어머니의 마음을 모른다.

어머니는 경미한 뇌졸중으로 청주에 있는 병원에 30여 일간 입원하셨다가 충주 시골에 홀로 계셨다. 6개월이 못 돼 간에 문제가 생겨 얼굴이 노랗게 뜨셨다. 황달이 생긴 것이다. 병원에 급히 입원하셨다가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2개월 정도 치료했다. 그 후 요양병원에 계셨다. 요양병원이 힘드신지 시골에 또 내려가겠다고 하셨다. 오랜 가족회의 끝에 누님이 운영하는 상가 옆 원룸에 모셨다. 누님은 소규모 개인 사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어머니를 가까이서 돌봤다. 그리고 자주 어머니와 함께 잤다. 역시나 아들보단 딸이 나은가 보다. 낮에는 요양보호사가 왔다. 어머니에게 음식을 만들어 드렸다. 청소하는 일, 시장을 보는 일 등을 도와드렸다. 시간이 나면 어머니의 말동무도 돼줬다. 아들들은 시간을 내어 부지런히 서울을 드나들었다. 나도 아내와 함께 짬을 내어 서울에 자주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유난히 휴대폰 벨소리가 요란하다. 어머니의 전화다.

“수하는 건강하니? 예동이는 학교에 잘 다니고?”

어머니의 전화는 언제 들어도 따스하다.

“엄마, 아이들은 건강해 잘 지내. 걱정 마. 엄마는 어떠세요?”

다 묻지도 않았는데 끊으셨다. 그것이 어머니와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이야.

며칠 전 어머니의 전화 목소리가 아직도 또렷한데, 귓가에 맴도는데 이제 어머니는 어디에도 계시지 않는다. 선산 옆 작은 잣나무만이 어머니 곁에 우두커니 서 있다. 생각지도 못한 현실 앞에서 마음 한 편이 또 무너져 내리고 눈물이 흐른다.

6남매는 이제 다들 어엿한 일가를 이루고 있다. 막내인 나도 벌써 반백 살을 훌쩍 넘었다. 어머니는 언제나 성실하고 자식을 위해 사셨다. 그리고 나보다 항상 남을 더 먼저 생각하셨다. 비록 못 배우셨지만 반듯하게 사시며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어머니가 난 고맙고 자랑스럽다. 오늘따라 더욱 햇볕에 검게 탄 어머니의 얼굴이 그립다. 어머니의 삶이 못난 나에겐 큰 자산이요 힘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는 된장국을 보면 어머니의 숨결이 들린다.

어머니! 저희 6남매를 기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살아계실 때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기쁨이 돼드리지 못한 것 죄송합니다. 이제야 어머니의 소중함 깨닫고 더욱 애달파합니다.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옛말처럼 효도하려 하나 어머니는 내 곁에서 계시지 않네요. 다만 어머니의 영혼 앞에 잠잠히 기도합니다. 어머니! 부디 눈물도 슬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안식의 날개를 활짝 펴세요. 이곳에서 못 다한 평안한 삶 그곳에서 영원히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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