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묵 전 공주시시민국장

이태묵 전 공주시시민국장

[동양일보]지금 백제문화제 격년제 개최를 합의해 줬다고 공주시장에 돌을 던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공주지역 주민들은 매년 개최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부여군과 충남도의 격년제 개최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논란의 발단이다. 백제문화제 공동 이사장을 맡은 공주시장은 부여군수나 충남도지사로부터 격년제 개최 압력을 받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간 백제문화제를 개최하면서 매년 누적된 효용성의 인식차이 때문이다. 투입된 재정만큼 산출 효과를 따지거나 피부로 느끼는 효용성이 공주지역민들은 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부여지역이나 충남도는 적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공주로서는 야간 프로그램형 축제로 새로 탄생한 세종시라는 젊은 층의 축제소비자를 끌어들이면서 그 효용성을 높일 수 있었지만, 부여는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축제소비자층을 다수 확보할 수 없었던 것 등의 축제환경 변화가 적었던 결과가 아닌가. 각 시・군을 통괄하는 충남도 역시 공주・부여에만 거액을 지원하고도 효용성 문제나 도의원들의 반발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백제문화제 매년 개최가 좋아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격년제 합의는 매년 차별성 없는 프로그램 지적에다가 합리적인 재정 운영의 판단으로 보인다.

백제문화제가 획기적인 변화를 시작한 건 2005년부터였다. 오랫동안 치러왔던 종합운동장에서 서막식의 메인 행사장을 주관기관과 피터지게 싸워가며 공산성과 둔치 공간으로 빼내 오게 한 장소변화의 중심체는 금강 부교였다. 부여 역시 이듬해 백마강에 부교를 놓으면서 자신감을 얻어 30여 년간 공주・부여의 격년제 개최가 2007년부터 매년 통합개최합의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 여파는 충남도의 관심을 유발해 공주・부여축제의 중심기구인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신설되었고 급기야 2010세계대백제전을 개최하여 전 국민의 관심을 확장하는 전기가 마련되면서 백제문화제 활성화의 동력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 3대 축제라면서도 공주나 부여 각각 2∼4억 원 규모의 영세성을 면치 못했던 축제였고 축제 끝난 평가 때마다 경주의 신라문화제보다 보잘 것 없는 축제라는 열등감 속의 백제문화제였었것이, 백제인의 자긍심을 불어넣으며 세계문화유산까지 등재될 수 있는 기틀을 견인한 2010세계대백제전 아니었던가. 2000년대가 도약기라면 2010년대는 세계로 진입하는 확장기이었다.

그런 백제문화제가 작아 지는 것 같다. 격년제 합의는 백제문화제가 15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방증이다. 2010대백제전 이후 지금껏 10여 년 동안 매년 30억 원씩 각각 부담해온 것으로 그전보다 10배 이상 축제 규모가 커졌음에도 효용성이 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축제는 감동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감동은 축제소비자들을 불러모아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축제 감동만큼 지역 상품들이 다양성 있게 소비되는 축제 산업화가 축제의 효용성이고 총체적 백제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브랜드라는 것은 오랜 세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재정이 많다고 축제의 효용성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메인프로그램을 살리지 못하고 백마강 부교에 의지하며 장소 환경을 이리저리 바꾸는 부여가 그렇고, 금강 야경프로그램을 메인으로 삼고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될 공주의 역사축제장이 그렇다.

분명, 백제문화제는 매년 개최되어야 한다. 백제 역사의 낙후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문화전략인 것이다. 그동안 쌓아놓은 백제브랜드가 왜 허물어지고 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갖지 않은 채 매년 개최에 다시 동의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한 조상을 제각각 모실 수 없듯이 공주와 부여가 분리되어 치를 수도 없는 일이다. 민심이 모아질 때 백제는 융성했고 민심을 흔들 때 백제는 망했다. 오랜 기간 축제를 실행했던 나는 믿는다. 공주시장이나 부여군수 그리고 충남도지사가 백제문화제를 불필요한 짐으로 여기지 않은 판단이라는 것을. 새로 백제문화제재단을 출범시켰으니 지난날의 통큰 반성과 함께 혁신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세계문화유산도시 속의 내년도 2021대백제전은 2010세계대백전 보다 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잘못을 탓하며 돌을 드는 것보다는 함께 참여하는 에너지로 바꿔 간다면 2년 후 백제문화제 반전의 협약은 저절로 이루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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