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문화를 상품화하려는 시대 조류는 한편으로 문화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문화가 곧 산업’이라는 구호는 문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심고 정부와 업계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긍정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문화가치를 경제적 효용에만 근거해 판단하는 듯한 우려를 낳는다.

문화를 향유하는 숫자에 근거해 문화를 구분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인기 대중가요가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많이 팔리고 방송된다고 해서 그것을 문화의 주류로 이해할 수 없듯이,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만으로 문화를 평가할 수는 없다.

문화상품은 결국 문화의 부산물로 얻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인 만큼 문화를 ‘경제성이 있는 것’과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바라보는 경향은 대중문화 확산과 함께 피할 수 없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문화상품의 상당 부분이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문화의 저급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개의 문화상품이 산업기술이나 전자매체를 이용해 대량복제와 동시 감상이라는 대중문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중문화가 갖는 비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대중문화에 기반을 둔 문화상품에 잠재된 위험성은 첫째,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가에 의해 대량 생산되고 그것을 사는 소비자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대중문화 창조의 출발점부터 저급화 소지가 있다.

둘째, 이러한 문화상품은 고급문화에서 차용돼 저속화시키고, 고급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잠재적 생산자를 유혹하기 때문에 유능한 재원을 변질시키거나 고갈시킨다.

셋째, 문화상품은 소비하는 이들에게 피상적인 만족을 주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수용자에게 정서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

문화상품은 국가와 지역의 특수적 문화가치를 산업화하면서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인류의 보편가치에 바탕을 둔 상품이 국경을 넘어서 애호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가 문화상품의 속지주의(屬地主義)라면, 후자는 무국적화주의(無國籍化主義)로 요약된다.

문화상품의 출현과 세계적 확산은 문화가 가지는 자본주의적 속성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대개의 문화에 잠재된 위험성이 문화가치를 경제적 이익 창출에만 근거해 판단하는 것은 70년대 경제성장 지상주의의 시절의 가치관이 오늘날 문화로 옮겨와 문화를 급조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문화수출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문화저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입국으로부터 문화 제국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래 다국적 자본주의로 세계시장을 선점한 거대 기업들은 그들이 만든 문화상품을 통해 문화적 동질화를 꾀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와 팝뮤직,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들이 그러한 예다.

거대자본에 의한 문화상품시장의 동질화는 문화적 정체성이 약한 국가에 자율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한다.

오늘날 이러한 거대자본에 기반을 둔 문화산업은 과거 정치가들이 갖던 영향력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 힘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화상품의 자본주의적 속성과 대중문화로서의 취약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문화상품 필요성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이런 문제점은 문화상품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 요소가 아닌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하기 위한 극복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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