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관 충북도농업기술원 축산특작팀장

남중관 충북도농업기술원 축산특작팀장

[동양일보]‘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언급한 소비트렌드 중‘공정성(페어플레이어)’이 주목받고 있다. 페어플레이어(Goodness and Fairness)는 개개인의 공평성, 선함, 정의(正義) 등이 함축돼 있는 단어로 세상이 점점 공정하고 투명해짐에 따라 상품과 서비스에서도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가 되고 있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시장의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개인적 가치 추구 성향이 강한 현대인들은 다양한 소비 활동에 공평성과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현대인들은 경쟁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쟁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더욱 큰 가치를 둔다. 가능한 낮은 가격의 생산물을 선호하지만, 생산과정이 불공정하다면 이를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착한 농산물, 동물의 인도적 사육, 친환경 재배 등 생산자가 부담해야 하는 높은 원가에 대한 보상으로 쓰여 작물, 환경과 더불어 사회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든다.

공정(公正)한 농업이란 어떤 농업인이 어디에서 어떤 품종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통까지 이어지는지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게 하고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며 좀 더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고자 하는 농업생산 부문과 윤리적 소비를 포함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공정(公正)농업의 대표적인 예는 동물복지농장, 축산물이력제, 농산물 품질인증제 등이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더욱더 발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스타트업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축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개별 가축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파악하고 면역력을 강화해 도축할 때까지 투명한 이력공개와 함께 안전한 고기만을 공급한다. 또한,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고기를 주문하면 해당하는 가축의 건강 이력과 육질(肉質)정보가 담긴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

동물복지는 쾌적한 사육환경을 조성하고 가축의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인도적 사육방식을 말한다. 즉 가축의 밀집사육과 몸체 훼손을 금지하고 안락한 산란상과 운동공간을 제공해 동물 본연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는 집약적 축산에 따른 질병 발생과 품질저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동물복지인증제도를 통해 인증받은 동물성 식품을 소비하려는 소비자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 현대인의 윤리적 소비 심리와도 부합된다. 충북 도내 동물복지농장은 32곳(산란계 31, 돼지 1)으로 전국의 상위권이지만 좀 더 사업량을 확대해 충북도가 동물복지의 메카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찬반양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쉽게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높은 생산비를 보상받지 못해 가격경쟁력을 잃고 포기하는 농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윤리적 소비가 절실한 때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s://www.animal.go.kr)에 접속하면 동물복지축산농장 현황과 판매처를 검색할 수 있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동물복지농장주들이 어깨를 펼 수 있도록 공정한 소비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 공정한 소비가 공정한 생산을 낳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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