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한순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

[동양일보]충북과 소중한 인연으로 도청 식구가 된 지 백일을 맞았다. 그동안 줄곧 중앙부처에서 행정을 다루어 왔지 지방 경험은 처음인 터라 조금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일과 상황에 대응해 나가다 보니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느낌이 크다.

도청은 한마디로 생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헤쳐 나가는 생물 말이다. 언뜻 밖에서 도청을 바라보면 그냥 호수를 여유 있게 떠다니는 오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오리를 떠받들기 위해 날마다 쉼 없는 물갈퀴 질을 맡은 곳이 도청이다.

부임 초인 지난 2월 코로나19 광풍이 불어 닥쳤다. 자고 눈 뜨면 하루에도 신규 감염환자가 몇백 명씩 늘면서 대한민국은 물론 충북도 두려움과 공포의 광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유야 어찌 됐든 막아야 했다.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대책을 추진하더라도 지역 차원에서 할 일은 산더미였다. 긴급 마스크 수급 조절, 격리시설 운영, 중국인 유학생 격리 대책 추진, 종교‧유흥‧체육시설 방역 지침 준수 확인과 같은 도민 안전 도모를 위한 일들이 되풀이됐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이면서 효과를 크게 낼 방안이 무엇인지 회의를 통해 토론하고 고민했다.

그 가운데 원활한 마스크 수급 조절을 위한 마스크 5부제가 중앙에서 받아들여져 혼란을 최소화했던 일은 가슴 뿌듯하다. 또한, 도와 시군 의견을 잘 조율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 무급휴직자, 프리랜서와 같은 특정 계층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마련한 일과, 정부 긴급 추경편성에 발맞춰 충북 관련 사업들이 담기도록 중앙부처를 바삐 오가며 가교역할을 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코로나19가 블랙홀처럼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을 빼앗아가는 상황 속에서도 충북 100년 미래 발전을 앞당길 쾌거에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바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충북유치 성공이다. 치열한 경쟁자로 떠오른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을 앞지르기 위해 도지사와 실·국장이 함께 밤낮없이 의논하고 묘안을 짜기 위해 그야말로 전력투구를 했다.

특히 전남에서는 충북도 이제는 수도권과 다름없다는 이른바 ‘수충권’을 내세우며 국가균형발전 논리로 나주 유치를 강력히 주장해 저울추가 전남으로 살짝 기운듯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처럼 충북의 땀과 정성이 하늘에 닿은 듯 마침내 재수 끝에 12년 만에 방사광가속기 충북 오창 유치를 확정 지었던 지난 5월 8일 오전 발표 생방송은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여기에 충북발전의 바로미터인 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충북이 앞장서 나갈 수 있도록 관련 신규사업 발굴에 나서는 한편, 과거 정보통신부 근무 경험을 발휘해 충북 관련 공모사업의 완성도 높여 선정에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난달 말까지 각 부처 예산안이 최종 담겨 기획재정부로 넘어감에 따라 충북 관련 사업이 최대 반영되도록 수험생 마음으로 각 부처를 뛰어다녔다.

최근 충북은 발전의 가속도가 붙으면서 전국에서 주목받는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 유치가 성과를 내고 인구가 늘면서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과거보다 발전 증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이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무궁하다.

돌아보면 부임 100일은 정신없이 도청 직원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 덕에 자연스레 한 식구가 됐다. 앞으로도 한 식구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더 발전하고 희망 있는 충북 만들기에 미력하지만, 힘 보탤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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