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전, 광주 찍고 청주로 투기 조장…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

[동양일보 엄재천 기자]수도권 분양권 전매 금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여파로 청주가 부동산 투기광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세무당국은 손을 놓고 있다. 대구·대전을 찍고 광주까지 훑은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 청주권을 집중 공략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로 지역발전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시민들은 외지투기세력들이 활개를 치면서 결국 실수요자인 자신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당국의 철저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달 5일 방사광가속기 입지 예정지로 청주시 오창읍 후기리 일원을 지정했다. 입지 지정이 발표되자마자 예정지 주변 땅값이 폭등 현상을 보이고 아파트 값도 크게 오르는 등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다. 
3일 청주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주시 청원구를 중심으로 시내 상당수 지역의 신축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 매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청원구 오창읍 호수 주변 신축 아파트는 웃돈(프리미엄)만 1억5000만 원 가량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급상승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 집 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바람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흥덕구 가경동 강서지구 A신축 아파트도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까지 폭등했다. 이상한 것은 이 지역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도 가격이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여기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 물량이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청주 유치가 이렇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상승요인이 전혀 없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매물로 나왔던 것도 현재는 회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분양한 청주의 한 아파트도 이미 전세대 계약이 완료됐지만 계약자 상당수가 웃돈을 받고 외지 투기세력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서울 등 외지에서 온 투기세력들이 한두채도 아니고 수십채 씩을 쓸어모으면서 아파트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나중에 이들이 아파트 값만 올려놓고 빠져 나간 후에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주시민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년 전에는 국세청에서 나와 단속을 했지만 지금은 방관하고 있다"며 "한탕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청주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세수 확보를 기대했던 지자체들도 당황해 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올랐지만 매물이 사라지고, 매매가 단절되면서 단기적이지만 이에 따른 세수 증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만 들어오면 모든 것이 다 해결 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들은 뜻하지 않은 부동산 가격 폭등에 울상이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만큼 수입이 올라야 하지만 지금의 경제 현실은 절망적이어서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임대료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바닥까지 추락한 경기 침체로 고생하는 상인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청주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청주로 부동산 투기꾼들이 몰리면서 결국 오른 가격으로 살수 밖에 없는 청주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며 "국세청과 충북도, 청주시는 부동산 안정 대책을 마련해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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