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명 전 직원 기부 몫 상여금으로 지급 방식 ,큰 위기 마음 모두 모아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주변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은 기업인의 책임과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그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청주의 대표적 향토기업 대신정기화물자동차(주)를 이끌고 있는 오흥배(74·청주시 청원구 중앙로95, 043-256-3211) 회장이 전 사원의 코로나19 국가긴급재난지원금을 대신 기부해 화제다.

대신정기화물자동차(주)는 충북 지역 직원은 물론 서울, 경기 등 전국 각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220명의 긴급재난지원금 1억 2000여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직원들은 각자 받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본인 명의로 기부하고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기탁한 기부금을 상여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아이디어는 오 회장이 냈다. 코로나19라는 큰 위기 속에서 개인이 아닌, 전 직원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모두 담아 그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보니 코로나19로 도산하는 기업도 있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감사한 일인데 직원들과 뜻을 함께 할 수 있어 더 뿌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사방 100리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은덕을 베풀었다고 알려진 경주 최씨의 이야기를 늘 가슴에 새기고 살고 있다는 오 회장은 사실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 사회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충북대와 함께 2017년부터 진행한 ‘호기심·끼 장학금’이라는 새로운 장학제도는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학업성적이 3.0이하로 재능과 호기심, 끼를 가진 학생이어야 한다. 공부는 못하더라도 사회에 진출했을 때 호기심과 끼를 발휘해 앞으로의 세상에서 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무엇보다 오 회장은 직원을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대신정기화물자동차(주)는 대기업 못지 않은 직원 복지제도로 이직률이 거의 없고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다른 동종업계 회사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동절기와 하절기에 회사 근무복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7~8월 한여름엔 공부나 운동 등 자기계발과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3시간의 점심시간도 주어진다. 또 직원들이 부담 없이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펜션을 마련했다. 여직원들의 출산휴가는 무려 3년(유급휴가)이며 대체근무, 유연근무가 가능하다.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되자마자 피로회복제를 구입해 전 직원들과 함께 나눴고 앞으로는 50세 이상 직원들의 눈 건강을 위해 눈영양제를 지급할 계획이다.

그는 “누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들이 좋아하도록 실행하는 리더가 되야한다는 것이 선대 회장님의 경영철학이었다”며 “나를 먼저 생각하지 않고 남을 우선 생각하다보면 그 기운이 되돌아와 큰 힘이 되고 결국 그것이 기업을 튼튼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주가 고향인 그는 석교초, 청주중, 청주고를 나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신정기화물자동차(주)는 그의 아버지인 창업주 고 오주열 회장으로부터 이어받아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창업주가 1956년 차량 3대로 문을 연 서울 쌀상회를 전국 16개 물류센터, 700여개 영업소 등을 갖춘 청주의 대표적 종합물류회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사회에서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이 사회는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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