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효심으로 승화시킨 며느리…현대 사회의 귀감

하루 스물 네 시간이 부족하다는 김영희 주임이 절망을 딛고 농협하나로마트 증평사리지점에서 환한 얼굴로 고객을 맞이하며 활기찬 하루를 열고 있다.

[동양일보 김진식 기자]최근 개인주의와 핵가족화로 어른 공경사상과 효에 대한 의식이 점차 사라져 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 큰 병을 앓고 있는 시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있는 아름다운 50대 며느리가 있어 훈훈함을 더해 주고 있다.

28년전 괴산군 문광면에서 사리면으로 시집와 세 아이를 키우며 시부(88), 시모(85) 수발을 들고 있는 김영희(51‧증평농협사리지점하나로마트 주임)씨의 아름다운 효심은 끝이 없다.

8남매의 6번째인 남편을 만나 1992년 결혼한 김 씨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남편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시부모를 모시며 자녀 셋을 남부럽지 않게 키웠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청천병력 같은 일이 발생했다. 1999년 셋째 딸이 태어난 그해 남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등지며 가족의 행복과 미래에 대해 설계했던 모든 꿈들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남편과의 사별로 그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극단적 생각에 내몰리며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럴수도 없었다. 위로는 무뚝뚝해도 인자하신 시아버지와 친정엄마같이 늘 사랑으로 대해준 시어머니가 눈에 밟혔다. 더욱이 아무것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첫돌박이 막내 애를 보며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눈앞은 캄캄했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주변에서의 박복하다는 편견은 뒤로하고, 정신을 차린 그는 남편이 다니던 직장의 배려로 증평농협사리지점하나로마트에 계약직으로 입사, 생활전선에 뛰어 들며 활기를 찾았다.

그러나 설상가상, 2010년 건강했던 시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며 병원과 가정, 직장을 오가는 고된 생활이 이어졌다. 가족의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안타깝게도 시어머니마저도 허리 디스크와 무릎 관절염이 도지며 그녀의 삶은 낮과 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여자로써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평 한번 없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낮에는 직장인 하나로 마트에서 손님들을 환하게 응대하고 퇴근 후에는 뇌졸중과 허리 디스크로 투병중인 시부모를 봉양하며 근무가 없는 날에는 많지는 않지만 직접 농사도 지으며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이러한 그의 칭송은 같은 마을 주민들의 입을 통해 괴산군에도 알려져 2017년 5월에는 경로효친 부문 괴산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진아 증평농협사리지점장은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속에도 20여년간 자신의 친부모도 아닌 시부모에 대한 효심과 지극정성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마트에서도 늘 환한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하는 김 주임은 천사가 강림한 것 갔다”고 말했다.

우익원 사리면장은 “50대 초반의 젊은 김 주임은 요즘 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효부"라며 "가정에서는 며느리 역할과 아이들의 엄마로, 직장에서는 모범직원으로 1인 3역을 톡톡히 해내는 여장부로, 불우 이웃돕기 등 지역에서 궂은 일을 묵묵히 챙기는 우리 마을의 자랑”이라며 “시부모님을 향한 지극정성은 현대판 고려장이 만연화돼 있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고 자랑했다.

김 씨는 "부끄럽다. 한 것도 없는 나를 효부라고 하는데 나와 같은 처지가 되면 누구라도 하는 것이 아니냐”며 “나의 정성이 부족해 10여년간 투병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살아생전 시부모님을 곁에서 간호하고 돌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하다"고 자신을 낮추었다. 글·사진 괴산 김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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