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에 처한 아동들이 꿈을 잃지 말고 성장하길”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6.25 전쟁 직후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월드비전의 후원으로 대학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받던 한 학생이 어느덧 나이가 들어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진심을 다해 어려운 이웃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습니다”

6.25 전쟁 70주년을 맞은 올 해, 월드비전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정헌교(66·청주시 흥덕구 복대동·☏043-231-5004) 강서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 담임목사의 소회는 남다르다.

정 목사는 월드비전 충북본부와 파트너십을 맺은 도내 11개 시·군 150개 교회 연합회인 월드비전 충북지회의 회장이기도 하다.

월드비전은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서 탄생한 국제구호기구로 다양한 구호사업을 벌이기 위해 지역 교회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교회들은 월드비전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도움을 준다. 2010년 청주지회장에 위촉된 정 목사는 2018년에는 충북대표지회장에 추대돼 현재 이 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올해 월드비전 충북지회는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국이었던 에티오피아를 돕는데 더 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에티오피아에 식수시설을 지원하고 11개 시·군 지회의 이름으로 에티오피아 아동 70명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월드비전 장학생으로 꿈을 갖고 공부할 수 있었고 언젠가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며 “전쟁 당시 우리나라의 혈맹국이었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가난한 아동들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는 2013년 에티오피아 자비테흐나네 월드비전 사업장을 방문해 그 지역에 강서교회 이름으로 샘을 만들었고 성도들은 100명의 해외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이처럼 나눔과 봉사의 삶 안에 살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앞장서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귀감이 됐다.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 늘어 선 줄을 본 후 그는 성도들을 모아 1004개의 마스크를 제작했고, 성금과 함께 대구·경북지역의 작은 교회와 지역 취약계층에 나눴다.

또 긴급재난지원금을 더 어려운 이웃과 나눌 수 있도록 ‘사랑의 천사 행복상자’를 만들어 생필품을 모았다. 여기서 모아진 생필품은 60여명의 이웃들에게 전달했고, 복대동행정복지센터를 통해 55곳의 어려운 가정에 반찬과 쌀을 제공하며 나눔을 실천했다.

그는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한 것 뿐”이라며 “함께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는 것이야 말로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용산고를 나와 장로회신학대 기독교육학과, 동 대학 신학대학원, 연세대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대 목회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2년 부산 성동교회 부목사를 시작으로 충주 엄정교회, 장로교총회 교육자원부를 거쳐 1992년 강서교회에 부임했다.

그는 “월드비전과 함께 앞으로도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이라며 “어려움에 처한 아동들이 꿈을 잃지 않고 성장해 누군가를 다시 도울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이 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는 일”이라고 미소 지었다. 글·사진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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