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열린 이슬람 종교행사 참여자 파악에 적극 협조한 레바논 국적 터크 아이만(33)씨

[동양일보 신우식 기자]지난달 31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신율봉공원에서 열린 이슬람교 최대 행사인 ‘이드 알 아드하’에 코로나19 확진자 6명이 참가했다는 소식에 청주가 발칵 뒤집혔다.. 참가자 전원이 외국인이다보니 신원파악이 안돼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발빠르게 참가자 명단을 확보해 검체 조사 결과 전원 '음성'으로 밝혀져 시민들을 안도하게 했다. 그 중심에 레바논 출신 터크 아이만(33·충북대 약학박사과정)이 있다.

터크 아이만은 2014년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 신실한 이슬람교도로 지난달 31일 청주에서 열린 ‘이드 알 아드하’ 예배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우즈베키스탄인 등 6명이 코로나확진자로 밝혀지자 각 국가별(레바논,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관리자와 접촉해 종교행사에 참여한 교인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개개인들 모두에게 연락을 취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그는 교인명단을 파악하고, 잘못 기재된 핸드폰 번호가 발견되면 국가별 관리자, 잘못 기재한 인원의 지인들을 통해 연락처를 새로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보건소에서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지속적인 연락으로 행사에 참여한 교인은 물론, 교인들과 접촉한 사람들까지 모두 검체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청주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나오기 전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SNS를 이용한 ‘언택트 예배’를 진행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지침이 바뀌자 지난달 말부터 청주이슬람문화센터에서 소규모로 예배를 진행했고, 참여 인원들에 대해서 2m 거리두기, 발열체크, 방명록 작성, 마스크 착용은 무조건 지키도록 했다. 예배 시간도 15~20분 정도로 짧게 진행했다.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진심어린 행동에 대해 보건 및 경찰당국은 크게 고마워한다.

청주흥덕경찰서 한 관계자는 “그는 평소에도 통역사를 자처하기도 하고 외국인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자기 일도 아닌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도움을 준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번 종교행사에서도 참여한 인원들에게 음료와 빵을 나눠주긴 했지만,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나눠준 것을 현장에서 먹고 마셨다는 오해를 받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협조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접촉자를 조기에 파악해 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그가 중동계 외국인이면서 동시에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슬람교에 대한 안타까운 오해가 ‘기도를 핑계로 업무에 태만하다’, ‘이슬람교는 테러리스트의 종교’라는 편견이라고 말한다.

그는 “불행히도 이 모든 것은 이슬람교도라고 주장하는 일부 극단주의 파벌에서 시작됐다"며 "한국의 이슬람센터는 이슬람교도들 사이에 올바른 지식을 전파해 극단주의를 자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언론매체에서도 이러한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수백년 전 고려시대에도 무슬림이 이땅에 온 기록이 있다. 이슬람교도들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번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항 폭발 참사에서 친척 1명, 지인 2명 등 3명이 숨지고 삼촌의 집이 무너지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베이루트에서 1988년 태어나 베이루트 정보대학에서 약학과 고고학을 복수 전공했다. 아랍어,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6개 국어가 가능한 그는 현재 충북대 약학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박사과정 중 2016년 동아제약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그의 목표는 ‘동충하초에서 추출된 물질을 기반으로 폐암 등 기관지 질환에 효과를 보이는 약품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된 물질로 생산된 약재는 임상실험까지 거쳤고, 실제 폐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취미로 수지침을 배울 정도로 한국에 많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이어 “지난해 아내와 여수에 바다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자 여수 시민 한 분이 안내를 자처했다. 우리 목적지까지 10㎞가 넘는 거리를 자기 차량을 이용해 데려다 주었다”며 “한국사람들의 따뜻함에 감동받았다. 앞으로 한국에 정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신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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