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문형은 중원미술가협회장

[동양일보]새 시대의 중요한 담론으로서 문화는 모든 분야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세계는 이제 기술과 서비스 전쟁에서 문화전쟁 시대로 바뀌고 있다.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라는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21세기가 문화의 시대가 되리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 지적이다.

문화가 갖는 사회적 통합의 힘은 이제 경제적인 힘으로 변모하고 있다.

문화를 배경으로 한 많은 상품과 서비스는 세계 곳곳에서 해당 국가와 지역의 산업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를 경제적 효용 가치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은 구체적으로 ‘문화를 상품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가 혹독한 경제적 시련을 거치면서 우리 상품의 문제점 중 그 하나는 ‘우리 상품에는 문화가 없다’라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서 ‘모범답안 닮아가기’로서 우리는 선진국 성공 사례를 보고 그것은 ‘문화상품’이라 칭하고 우리의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문화에 대해 경제적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른 시일에 문화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조급함이 마치 70년대 경제성장 제일주의처럼 문화를 급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일으키기도 한다.

오늘날 문화가 경제전쟁의 무기가 되고 대상이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미국에서 요구한 통상요구 중 우리 관심을 끄는 한 가지는 현재 시행 중인 한국영화 할당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일 것이다.

영화상영도 서비스 상품인 만큼 철저히 자유 경쟁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미국 주장이다.

과거 프랑스가 동일한 공세에 맞춰 ‘문화의 특수성(Specificity)’를 내세워 거부한 사례를 들어 제도 존속을 주장한 우리 정부와의 대립은 실제 경제적 문제를 떠나 정치문제로 확대됐다.

우리나라가 문화상품의 세계에서 주요 소비시장으로 부상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지 오래됐다.

영화와 비디오. 음반. 만화 등도 이미 시장 규모로 세계 10위안에 들었다.

최근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로 주춤하긴 했으나 해외 관광으로 인한 국부 유출도 상당한 규모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이런 문화상품의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것이 국산보다는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단순하게 손익을 따지는 문제를 넘어 문화의 주체성과 정체성의 상실을 걱정할 정도가 됐다.

문화상품의 등장과 그 시장의 확대는 무엇보다 삶의 질을 높이려는 현대인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여가와 여가활용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반적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산업화 이후 황폐해진 인간의 삶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행복을 물질적 풍요에서 자아실현과 개성추구로 여기면서 문화와 예술은 현대인의 갈증을 풀어주는 청량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정보화와 대중문화 확산으로 일반인들의 예술에 관한 관심과 안목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화상품의 등장을 인식하게 하는 대목이다.

상품의 부가가치라는 측면에서 일반 공산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문화상품은 아직 명확한 정의를 가진 용어라고 할 수는 없다.

문화상품이나 용어는 사회 구성원에 획득한 정신적, 물질적 소산물의 총체다.

‘문화’와 시장에서 교환되는 유‧무형 재화라는 ‘상품’의 단순한 결합만으로 취급하기에 너무나 복잡하고 모호하다.

이제 문화상업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와 실행이 이루어지는 때인 만큼 그 하위 개념으로 ‘문화상품’이라는 용어도 좀 더 문화상품이라는 용어가 상품의 한 부분으로 취급될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일반상품이라는 개념과 차별성을 갖는 좀 더 적절한 용어가 정리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