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김승환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동양일보]‘용루각’을 아십니까?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 이렇게 답할 것이다. ‘혹시 중국집인가요’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정무문’을 아십니까? 이소룡이 주연한 ‘정무문’은 1972년 작으로 세계 무예영화에 이정표를 남긴 위대한 영화 중 하나다. 악당을 징벌하는 통쾌한 복수극인 ‘정무문’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긴장감 있는 장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러자 한국인들은 한국의 무예영화를 갈망했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이두용 감독의 1974년 작, ‘용호대련’이다. 이두용 감독은 태권도 무예영화 연작으로 민족적 자긍심을 살리면서 무예영화의 큰 획을 그었다.

원래 무예는 지과위무(止戈为武) 즉, 전쟁을 그치게 하는 무력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무는 공격과 살상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용맹한 힘으로 적을 제압하고 전쟁을 그치게 하는 무력이다. 그래서 문화(文化)에 대비되는 무화(武化) 즉 ‘무로 교화한다(以武敎化)’는 말이 생겼다. 한편 벤야민(B. Benjamin)은 기술복제의 시대에는 영화가 대중문화를 이끌어 간다고 예견했다. 무예와 영화가 결합한 무예액션영화는 재미있는 무예액션과 현대인이 좋아하는 영화예술이 만난 특수한 장르다. 그렇다면 충북과 무예와 영화는 무슨 관계일까?

유네스코(UNESCO)의 국제무예센터도 있고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도 있는 충북은 무예의 성지다. 그뿐 아니라 호국무예 택견의 고장 충북 충주는 충주세계무술축제를 개최하는 등 무예진흥을 위하여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아울러 충북은 2019년, 무예의 기상을 높이고 민족적 긍지를 살리고자 제1회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리고 2020년 10월, 충주와 청주에서 ‘무예의 정신, 영화로 발하다’를 슬로건으로 2회 충주국제무예액션영화제를 개최한다. 그렇다면 이제 곧 시작될 이번 영화제의 재미는 무엇일까?

‘자,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한국의 무예액션영화 ‘용루각’이 있다. ‘용루각’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이두용 감독과 집행위원회에서 ‘재미있는 영화’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용루각’은 겉으로 보기엔 중국집이지만 정의의 판결을 내리는 자경단 이야기를 다룬 액션 느와르다. 지일주, 배홍석, 박정화 그리고 이번 무예액션영화제의 홍보대사인 오지호가 출연하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용루각’의 중국집 플롯은 앞에서 소개한 이소룡 주연의 ‘맹룡과강’에도 나온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중국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예액션의 활극, 이것이 1972년의 ‘맹룡과강’과 2020년의 ‘용루각’을 연결하는 다리다. 10월 22일 개막하는 2회 충주국제무예액션영화제에서는 ‘정무문’과 ‘맹룡과강’을 포함한 ‘이소룡특별전’을 상영한다. 그리고 2020년의 화제작 ‘용루각’도 상영한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인들은 충주국제무예액션영화제가 끝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소룡 주연의 쿵푸영화 ‘정무문’을 거쳐, 민족무예 태권도의 기상을 담은 ‘용호대련’을 지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반영한 ‘용루각’은 너무나 재미있고, 매우 가치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무예도보통지’에 담긴 씩씩한 상무정신(尙武精神)이야말로 민족적 자긍심 가득한 대한국민의 기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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