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은 청주시 수곡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지영은 청주시 수곡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이른 아침 출근길, 사무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오는데 오늘따라 쓰레기가 많이 보인다. 600m도 안 되는 길을 걷는 동안 커피가 담긴 종이컵, 무인민원발급기 앞에 떨어진 휴지조각 등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었던 것이다. 공공 근로자,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 어르신 등이 주변을 청소해 주신 덕에 주변에 쓰레기가 이제껏 안 보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쓰레기 무단 투기.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도처에 주인 없는 휴지조각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 주인 없는 쓰레기는 누가 치우는 것일까?

행정기관에서 안내문 배부는 물론 무인 감시카메라 설치와 야간단속을 통해 쓰레기 무단 투기를 근절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투기행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더구나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행정력과 예산을 동원해 아무리 치워도 또다시 투기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행정기관으로서도 난감한 처지이다.

각 동의 청소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쓰레기를 교묘하게 몰래 버리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무단 투기된 쓰레기 중 행위자를 가릴 수 있는 증거물이 나오는 쓰레기는 10건 중 1건에 불과하다. 감시카메라 단속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버리거나 행정력에 공백이 생기는 새벽이나 주말을 이용하고, 심지어 인적이 드문 철로 변 같은 곳에서는 차떼기를 통해 다량의 쓰레기 무단투기도 행해지고 있다.

무인 감시카메라 설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대당 700만~800만 원이라 설치가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무단투기 행위가 카메라에 찍혀도 인근 주민들의 도움 없이 행정력만으로 행위자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시카메라 단속과 관련해 청소담당 공무원에 따르면 카메라에 찍힌 무단투기 행위자가 누구인지 인근 주민이 알면서도 나서주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내가 왜 신고하냐?’라는 식이다.

무단 투기된 쓰레기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이 더러워질 뿐 아니라 그것을 치우는 데 들어가는 행정력과 예산이 결국 내가 낸 세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그렇게 무관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청소담당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이러한 이유로 행정기관은 방치된 쓰레기로 인해 주민 민원을 예상하지만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바로 치워주지 않고 있다. 행정력을 동원해 무조건 치워줄 경우 ‘가만히 있으면 행정기관이 다 치워준다’라는 생각을 갖게 해 무단투기를 근절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주민들의 관심 유발을 위해 수거 지연 스티커를 부착하거나 장시간 수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의 시민의식이 서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나 하나라도’라는 생각으로 개선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의식의 성장으로 더욱 살기 좋은 청주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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