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친환경농법 외길’ 농업혁신 일궜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40년째 농사로 승부

소작농에서 연매출 3억원 ‘부농의 꿈’ 일궈

“산업포장·국무총리상 등 농업 발전 공로 수상

친환경농법이 농업의 미래… 적극 지원 필요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처럼 농사꾼은 무엇보다 부지런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얻기 위해선 자연의 섭리에 따라 토양에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 중 땅에 투자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새로운 친환경농법과 과학영농 등을 개발·전파해 소비자들의 건강은 물론, 농업·농촌 소득증대에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인 최고 영예인 농업발전 유공 산업포장을 받은 유 용(65·사진·충북 청주시 서원구 분평로18·☏043-295-5330) 한국새농민회 충북도회장.

충북진천 출신으로 평생을 농사꾼으로 흙과 함께해온 유 회장은 1975년 진천농고를 졸업한 뒤 젊은 패기 하나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했듯 어려운 형편에 남의 논을 빌려 쓰는 소작농으로 시작해야 했고, 농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보니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땀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굳은 신념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농사일을 익혀 농업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평소 새로운 농법에 관심이 많았던 유 회장은 1985년 서른 살의 나이에 한국농업기술자협회 총재와 한국유기자원농업연구회장 등을 지낸 한국농민운동의 대부 고 유달영 박사로부터 친환경농법을 배우면서 일생의 대전환점을 맞는다. 처음엔 시행착오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유기농·자연농법을 이용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친환경 선도농업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도심 한복판인 청주시 분평동의 ‘유용농장’에서 4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유 회장은 현재 5000평의 대지에 12동의 시설하우스를 조성해 2기작재배, 효소퇴비(MPK), 태양열처리, 유기농업을 이용한 최상급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다. 주요 생산품목은 방울토마토, 오이, 시금치, 상추, 배추 등으로 농협하나로마트 청주점과 분평점, 청주농협 로컬푸드직거래장터, 산림조합에 판매해 연매출 3억원 이상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실 합성 화학물질을 일체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땅을 일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유 회장의 경우에도 매일 새벽 4시부터 오후 9시까지 꼬박 17시간동안 유기물, 자연광물, 미생물 등으로 각종 비료와 영양제를 만들어 밭에 뿌려야 하는 등 오롯이 농사일에만 매달려야하기 때문이다. 그의 고단한 삶은 굳은살이 잔득 밴 흙투성이 손으로 30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농업일지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농산물품평회 수상에 이어 청주시 시설원예 최우수농가, 국무총리표창, 농림부장관표창, 충북도민대상(농어민부문) 등을 받은 유 회장은 바쁜 농사일 중에도 농업인대학, 벤처농업대학, 충북대 농과대학 최고농업경영자과정을 통해 과학영농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2016년 농협중앙회가 육성하는 한국새농민회 충북도회장에 선출돼 농업인 권익신장과 실익지원에 기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충북도교육청, 충북대, 청주농고와 협약을 맺고 학생들에게 영농노하우와 기술을 전수하며 미래농업인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 입니다. 화학 영양제와 비료 등으로 쉽게 농사를 짓게 되면 당장은 좋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손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요. 비록 몸은 힘들어도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 농사를 짓게 되면 차별화된 맛과 당도, 색깔로 높은 가격은 물론, 수확량도 3배 이상 늘어나는데다 화학비료 등의 구매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1석3조인 셈이죠. 많은 후배 농업인들과 지금까지 쌓은 친환경 농법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첨단농법을 마음껏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시설마련과 인력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국토의 중심인 충북이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으로 부인 김순화(63)씨와 2남이 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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