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청주대성초교 교장
[동양일보]1960년대 이후 선진국들과 어깨를 함께하려고 참 바쁘게들 뛰어왔다. 무엇이든 1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의 학부모들, ‘빨리빨리’라는 말이 모두의 입에 붙어 있어 심지어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을 하는 외국인들의 입에서도 ‘빨리빨리’란 말이 익숙해져 처음 배우는 한국어가 되기도 했다. 하기야 모두들 부지런히 바쁘게들 살았기 때문에 이제는 전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교육하는 나라, IT강국이 됐다. 누구보다도 자녀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공부해준 한국의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최고의 공로자일 것이다.
독서교육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 없이 단 시간에 많은 양의 책을 빨리 읽는 속독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청주대성초등학교는 ‘슬로리딩’ 교육을 통해 책을 깊게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있다. ‘슬로리딩’이란 천천히 비판적으로 읽는 독서법으로 한 권의 책을 한 학기 동안 읽는다. 많이, 한 권의 책을 한 학기 동안 읽는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성초의 독서교육은 사서교사의 주도하에 전 선생님들이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서로 토론하고, 주제 발표를 하는 전 학년 ‘슬로리딩’ 교육을 펼치고 있다.
우선 저학년의 경우,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주목표이다. 독후 활동을 통해 책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샛길 활동을 통해 재미있는 체험을 수업에 녹인다. 1학년 ‘피터와 늑대’ 수업에서 학교장의 특강으로 독서수업을 진행해 ‘슬로리딩’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필독서인 ‘피터와 늑대’라는 음악 동화를 읽고, 학교장이 직접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 학생들은 책에 더욱 더 푹 빠져들게 돼 책과 음악이 결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학년부터는 책을 깊게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국어사전을 통해 모르는 단어를 직접 찾아보고, 책 속의 문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또 정보 활용 교육을 통해 책 속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고 출처를 적는 방법을 배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작권 인식 교육까지 함께 할 수 있다. 더불어 샛길 활동으로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며, 다양한 활동(5학년 자전거 여행)들을 통해 전인적 교육까지 추구한다.
담임 선생님들이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독서 교육으로는 자체 개발한 글나무 꿈나무, 책나무 꿈나무등 2가지 책을 이용해 책 읽는 습관과 글쓰기 능력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으로 대성초 학생들은 창의성이 높고, 자신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학생들이 책을 자주 접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도서관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대성초 도서관은 375.75㎡로 일반 교실 3칸을 합친 큰 규모이다.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계단식으로 꾸민 공간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신간 도서는 1895권을, 올해 신간 도서는 1297권을 구입하는 등 서가의 순환율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행사를 통해서 책 읽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10월에 열리는 독서 축제는 도서관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이다. 일주일간 도서바자회, 독서 행사 등 재미있는 행사로 인해 도서관은 항상 아이들로 북적북적하다. 그 외에 4월 세계 책의 날 행사, 12월 크리스마스 독서 행사 등 다양한 행사로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독서 축제도 취소되고, ‘슬로리딩’ 수업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독서교육은 계속됐다. 대성초 유튜브 채널에 직접 영상을 찍어 올리고, 활동지를 배포해 학생들이 독서의 끈을 놓지 않도록 힘썼다. 학교 홈페이지, 구글 폼, 카카오톡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성화해 도서관 온라인 행사도 진행하는 노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중요하다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성껏 읽은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을 만든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백지 같은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내면을 단단히 채우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을 ‘슬로리딩’을 통해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