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근 청주시 강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동양일보]코로나19는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꿔놓았다. 지금 겪고 있는 위기의 상황이 이제는 일상이 돼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불안한 형국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 지방공무원의 역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공무원의 가치도 변화하고 있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오늘날의 시민들은 그 가치를 ‘적극성’에서 찾으려고 한다.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에는 오늘날 적극 행정을 추구하는 정부의 모토를 잘 담은 인물 ‘로완 중위’가 등장한다. 이 책은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의 실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은 스페인과의 전쟁에 쿠바를 끌어드리려고 계획하고 있었고 매킨리 대통령은 이를 위해 위치를 알 수 없는 쿠바의 가르시아 장군과 연락하고자 한다. 매킨리 대통령은 가르시아 장군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어 로완 중위에게 전달하지만 로완 중위는 “가르시아 장군이 어디에 있지요?”라는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편지를 들고 묵묵히 가야 할 길을 나선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이는 로완 중위의 자신감과 창의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우리 공무원들은 로완 중위의 ‘적극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100여 년 전의 미국보다 훨씬 더 복잡‧다양한 사회 속에 살고 있고, 위기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러한 복잡‧다양한 위기에 봉착했을 때 시민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인 우리는 항상 최전선에 서 있고,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고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가르시아 장군에게 편지를 보내는 로완 중위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 적극행정 운영 규정’ 제2조는 적극 행정을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인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현대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은 합리성을 좋아하고 추구한다. 합리적이지 않으면 수용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한다. 하지만 시대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로완 중위와 같은 사람을 더 선호하고 희생이라는 단어에 큰 감동을 받는다. 위기가 커지고 피부에 닿을수록 합리성을 추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로완 중위처럼 돼주길 바랄 것이다.
지방공무원은 국가적 위기에 가장 먼저 나아간다. 태풍이 올 때도, 홍수가 날 때도 지금의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위기 상황에도 있어야 할 곳에 위치하고 대응을 고민한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에 누구는 박수를 보내지만 누구는 돌을 던지기도 한다. 로완 중위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가 뭐라고 하든 묵묵하게 해야 할 일을 해내어 간다면 ‘Man of action’은 현대의 공무원을 정의할 수 있는 또 다른 말이 돼 빛나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