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섭 인성교육칼럼니스트
[동양일보]어김없이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이 되면 한해를 마감하는 다양한 모임들이 열린다. 그 대표적인 모임이 한 해를 잘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의 송년회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확산사태로 각종 연말모임을 할 수 없으니 누구나 송년회는 물 건너갔다. 또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67년 만에 처음 취소됐고, 전국 해맞이 행사도 다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으레 잘 쓰는 말이 다사다난이었다. 그러나 유독 올해에는 코로나 확산, N번방 미성년자성착취사건, 태풍 마이삭 전국강타, 기습폭우, 서울과 부산시장 성추행사건, 정의연 위안부기부금유용, 집값, 전셋값 폭등, 여야정치인들이 서로 국민의 뜻이라며 당리당략의 난장판 싸움 등 짜증스럽고 안타깝고 기막힌 사건들이 유난히 많았다. 올해는 송년(送年)이라는 말보다는 차라리 망년(忘年)이 적절할 것 같다. 어쩜 누구 나를 막론하고 폭삭 망한 해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트롯황제 나훈아가 ‘톄스형’이라는 노래에서 ‘세상이 왜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하며 현실에 딱 맞는 노래를 발표하자마자 바로 히트곡이 되고 말았을까? 특히 코로나 사태가 인간의 힘이란 그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인간 본연의 섭리를 모르던 우리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통해 미물에 불과함을 알게 됐다. 교만하고 오만한 자들에게는 죽음을 가르쳐 주고, 겸손하고 순응하는 사람들에게는 지혜와 슬기로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이 코로나19보다 더 나쁜 바이러스는 바로 우리들 사이에 있었다. 어떤 일이든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반전의 기회는 발상의 전환과 긍정적 마인드에 달려있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자만에 빠져 흥청망청한 삶을 당연시 한 결과의 벌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고통을 피함으로써 가장 적절하게 즐거운 인생을 향유하게 하는 지혜가 바로 절제라 할 수 있다. 절제는 인생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균형 감각이며 우리 자신에게도 이롭고 타인에게도 이로운 것이다. 평상시 모든 가정에서, 식당에서, 길거리에서, 공공시설에서, 문화공간에서 모든 공간의 인간관계에서 자제나 절제를 생활하는 가운데 틈틈이 사용하고 행하여야 한다는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또 올해 우리에게 뼈저리게 깨우쳐 준 것은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것과 온 인류는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다. 또한 자제와 절제가 우리의 인생에 중요한 행복의 이정표라는 것이다. 또한 세상의 만물이나 인간 세상에는 상생과 상극의 양면이 뒤섞여 존재하며 영향을 끼친다. 상생만으로도 살 수 없고 상극만으로는 더더욱 살아갈 수 없는 게 세상의 섭리이다. 상생의 힘으로 에너지를 얻고 상극의 힘으로는 수양과 깨우침을 얻어야 한다. 요즈음 우리나라는 정치가와 관료들 그리고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할 지식층들이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라가 조용할 날이 없는 것이다. 지도자들이 머리로 아는 것은 넘쳐나지만, 당리당략에만 집착하는 게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가진 사람과 가난한 사람, 젊은이와 늙은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여 그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한 당면과제가 됐다. 소통의 문제가 시대의 절실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상생이 곧 소통이고, 소통이 곧 상생이다. 새해에는 온 국민의 상생과 더불어 각자의 소망을 함께 이루어보자. 이제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할 것은 감사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말 그대로 힘들고 어려웠던 한해를 잊어버리자. 그런 힘들었던 경험들을 잘 정리해서 우리 인생 소중한 이정표로 삼자. 톨스토이는 ‘한 해의 마지막에 가서 그해의 처음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해의 첫머리에 정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다 겪은 시련도 곧 행복이라는 뜻일 것이다. 올해 그나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하였으며, 간간히 해외에서 들려오는 손흥민 선수의 환상적인 골 소식이 간간히 미소 짓게 하여 다행이었다. 그래도 연말에는 가족끼리 화기애애하게 각 가정에서 조촐한 송년회를 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자. 송구영신! 힘들었던 지난 일은 다 잊고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우직한 소띠해를 맞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