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밤이면 누워서 소설을 읽는 때가 있었습니다. 울고 웃는 캐릭터를 가만가만 따라가는 저는 성실한 독자였습니다. 행간에 스며든 작가의 사유마다 고개를 끄덕였고 멋진 비유 앞에서는 밑줄을 그었습니다. 진실을 꿰뚫는 그들의 통찰력과 제각각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환호했습니다. 마음 한쪽에 새겨진 문장들은 종종 저를 자극하며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인생은 짧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식으로 살아갈 생각이야.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하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기 오스본의 소설 『유언』)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쓰던 일기를 수필로 그리거나 혹은 시로 물들이곤 했습니다. 사람도 사물도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생긴 언제부터인가 감히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내가 쓴 글에 환호하는 이가 있다는 생각만으로 뭉클했습니다. 작가라니, 저는 이야기를 술술 엮어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위트가 있거나 언변이 좋은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쓰기’를 좋아할 따름입니다. 글은 손으로 하는 말이었습니다. 손으로 하는 말은 입으로 하는 말보다 조금 쉬웠습니다. 조금 더 신중할 수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소설, 한 채의 집짓기가 아닐는지, 설계부터 완공까지 과정마다 삐걱거렸지만 살면서 해온 무엇보다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더 들여다보고 더 깊이 사고하겠습니다. 작가가 될 역량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밤, 행복합니다. 소설이 내게 준 기쁨만큼 보답해야하는 책임감을 느끼지만 오늘 만큼은 행복하려 합니다.

난계문학관의 엄창석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열정적인 수업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소설의 길을 가게해 준 김이정 선생님과 동고동락하는 글동무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암울한 팬데믹 시대에 느슨해진 습작생에게 한줄기 빛을 주신 동양일보사와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성아 약력

1962년 대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대구문학수필신인상(2012)

경북일보문학대전 소설부문입상(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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