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부장

[동양일보]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힘든 고비를 전 세계 모범으로 불리는 K-방역이라는 모델을 만들며 2020년을 선방했다고 자평하며, 충북의 교통사고 사망자도 매년 감소 테이블에 안착한 것 같아 교통안전이라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수호하고 싶은 교통가족의 일원으로서 위안을 삼는다.

코로나로 인해 변해 버린 일상은 우리 모두에게 어렵고 아픈 시기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교통에서도 그 존재감은 실로 무서우리만큼 아픈 상처를 남겼다.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이륜차 사고의 증가다. 음식배달업계의 호황과 더불어 안전보다는 빨리라는 콘텐츠에 밀려 전년보다 더 많은 사망사고의 증가로 예상된다. 차량단독 사망사고 역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로 인한 음주단속의 한계를 교묘히 이용한 음주운전과 생계형 과로·과속운전 등의 이유로 증가세로 이어졌음이 예상된다. 물론 매년 교통사망사고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보행자 관련 사고와 어르신 교통사망자는 국토부와 경찰청이 지난해 11월 잠정 발표한 통계를 보더라도 전년보다 감소하리라 전망된다.

시간나열로 보면 2019년 충북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음주운전, 이륜차, 차량단독사고는 전년보다 줄고 보행자 사망자수가 20.7%, 65세 이상 고령자 사망사고가 4.6% 증가 하였는데 앞서 말한 사회적 팬데믹에 따른 교통여건의 변화가 한 몫 하였으리라 여겨진다.

2021년에 크게 변화되는 교통정책을 뽑는다면 단연코 4월 17일부터 전국 동시 실시되는 ‘도심부 안전속도 5030’ 정책이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 간선도로는 시속 50㎞, 생활도로는 30㎞로 차량제한속도를 낮추는 정책이다. 차량 속도를 제어해 차보다 사람을 배려하는 교통안전 패러다임의 대전환의 시작이자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속도를 10~20㎞ 낮출 뿐이라면 통행시간만 늘어나고 그에 따른 연료소비만 증가할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있지만, 실제 많은 연구발표에 따르면 특정도로에서 사람이 다치는 사고발생률은 평균 주행속도 변화량의 제곱으로 늘어났고 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상해 사고는 더 많이 늘어났다. 보행자를 충격한 차량 속도가 시속 35~40㎞를 넘어갈 때 사망률은 급격히 높아지고 시속 60㎞에 이르면 사망확률이 거의 100%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해 온 공간에서 속도를 낮추는 일만으로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8년 3월 ‘속도별 자동차 대 보행자 인체모형’ 충돌시험을 실시했는데, 보행자의 상해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시속 60㎞, 50㎞, 30㎞로 주행 중 보행자 인체모형과 충돌시 상해치를 본 결과 시속 60㎞로 충돌하는 경우 보행자 중상 가능성은 92.6%, 시속 50㎞시 72.7%, 시속 30㎞시는 중상 가능성이 15.4%로 급감하는 결과를 보였다. 충돌속도가 높을수록 보행자의 목이나 가슴보다 머리가 자동차 후드나 앞면 유리에 2차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 속도를 단 10㎞ 줄여도 후두부 손상에 따른 사망확률은 급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021년 운전은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속도 낮춤의 미학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에 따른 신체적·경제적 손실과 교통위반 범칙금 부과라는 지엽적 문제해결을 위한 ‘안전속도를 줄입시다’라는 구호가 아닌 생활실천형 안전운행 형태가 우리 모든 국민에게 코로나19 감염률 전파를 막아준 마스크 착용처럼 일상이 되기를 기원한다.

올 한 해 ‘천천히 가지만 부지런한’ 소처럼 모든 운전자의 여유로운 느림의 미학이 충북의 교통사고 사망자 ZERO의 시금석이 되길 원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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