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혜 청주 서원도서관 주무관

최준혜 청주 서원도서관 주무관

[동양일보]지난해부터 대형마트 자율 포장대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졌다. 환경부와 대형마트들은 종이상자까지 없애기로 했다가 상자 자체는 재활용이 가능하니 소비자 불편을 고려해 종이상자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제 마트에서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것이 익숙해졌다. 장바구니를 챙겨 다니기 시작했고 종이상자에 남은 조그마한 테이프까지 깔끔하게 제거해 분리배출한다.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했더니 새로운 습관이 금세 자리 잡았다. 이로써 대형마트 3사 기준으로 매년 포장용으로 사용된 658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줄어들 것이다.

이제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정부에서는 일회용품 사용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18년도에 자원순환법을 시행한 뒤 5개년 단위로 자원순환기본계획을 수립해 ‘채취-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경제구조를 순환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에 해외 의존도가 높아 폐기물 매립지 건설이 어려워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개입 말고도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는 소비 단계에서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배우 류준열이 그린피스에서 진행하는 “대형마트에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쇼핑을 요구하세요”라는 캠페인을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과도한 플라스틱 용기로 뒤덮인 과일, 채소, 반찬 사이에서 우리에게 플라스틱 없이 장 볼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최대한 포장 용기를 줄이려고 노력해도 소비자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제작․유통과정에서부터 불필요한 제품 포장을 줄여나가야 하고, 소비자가 개인 용기를 가져오면 바로 물건을 담아 갈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없을 지도’를 소개했다. 지도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들이 표시돼 있다. 혹시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 잡지인 SSSSL[:쓸]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북극곰이 살 터전을 잃었어요.”와 같은 옛날식 환경운동 문구는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북극곰보다 지금 우리가 지구 온도 변화를 느끼지 않는가. 매년 여름만 다가오면 뉴스 헤드기사가 ‘역대 최고 폭염이 온다’가 된 지 오래다.

지구의 온도 상승은 막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조금 부지런해지자라고 생각하며 ‘나 하나쯤은 안 지켜도 되겠지’가 아니라 ‘우리 모두 지켜’ 나가야 한다. 더 이상 우리가 살 수 없는 환경이 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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