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우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동양일보]올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것 같다. 지난 몇 해 동안 겨울이 추웠던 기억이 없다. 특히 지난해 겨울은 따뜻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겨울의 절정인 대한(大寒)도 지났으니 곧 봄이 올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레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봄이 오는 소식을 비장(悲壯)하게 지켜보는 이들이 있으니 산림 공무원들이다. 매년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 시행되고 이에 따라 산림 부서에 산불종합대책본부가 꾸려진다. 산불종합대책본부에서는 산불 조심 기간 동안 토요일‧일요일‧공휴일, 그리고 설 명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상근무를 실시한다. 청주시의 산불 비상근무자는 청주시 산림관리과와 읍‧면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다.

그래서인지 비상근무 대상 직원들은 비상근무 편성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자신이 언제 얼마나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지 말이다. 학창 시절에 청소 당번보다 몇 배는 가혹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휴일 등 쉬는 날에도 아침부터 오후 8시까지 평소 근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산불종합대책본부에서 비상대기해야 하며, 산불이 발생하면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고 진화(鎭火)가 되지 않으면 한밤중이라도 진화되고 나서야 퇴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시민들이 개나리꽃, 생강꽃, 진달래꽃, 벚꽃 등이 펼치는 봄의 향연에 심취할 때 산림관리과 직원들은 매캐한 연기에 심취(?)하기 십상이다.

드디어 산불 비상근무표가 발표됐다. 직원들은 자신의 근무 일자를 달력에 체크하기 시작하고 새롭게 편성된 근무조의 조원들이 누구인지도 큰 관심사다.

이제 긴 봄철 산불 비상근무가 시작된다. 산불 진화의 컨트롤타워는 산림청이고 각 지자체의 산림 부서가 지역 산불 컨트롤타워가 된다. 시민들은 보통 119에 신고하는데, 119에서도 산불은 지역 산림 부서에 신고사항을 인계하고 산림 부서에서 산불 진화를 실시하는 것이다.

산림 공무원으로서 산불이 발생하는 요인을 살펴보면 시골 어르신들의 농산 쓰레기 소각, 등산객의 취사 행위, 담배꽁초, 그리고 묘지 주위에서의 소각행위 등이다.

산불을 발생시킨 사람은 형사 처벌 대상이 되며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한다.

산불은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과 시민의 재산, 그리고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큰 재난이다. 시민들의 성숙한 행동으로 올해는 산불 연기에 심취(?)하지 않는 봄이 됐으면 좋겠다.

봄철 산불 비상근무가 끝날 때쯤 피는 꽃이 있다. 달콤한 꿀 머금은 하얀 아까시 나무 꽃이다. 아까시 꽃향기에 푹 빠질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산불 비상근무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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