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사 조련사…트로트 가수로 '깜짝' 변신

[동양일보 김진식 기자]한국씨름의 부흥과 1읍1면의 작지만 강한 증평군을 널리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승철(53) 증평군청인삼씨름단 감독. 한때 촉망받는 선수에서 천하장사 조련사의 길을 걷고 있는 연 감독이 이번에는 트로트 가수로 깜짝 변신했다.

연 감독이 작사해 직접 부른 노래 '으라차 인생'은 씨름 인생을 뒤돌아본 자전적인 곡이자 씨름 후배들을 위한 응원곡이기도 하다.

지난해 온라인 채널을 통해 발표한 2분30초 분량의 가사에는 '청일 때도 홍일 때도 으라차차', '멋지게 한판~승', '꿈을 향해 달려왔다' ‘으라차차 내 인생아’, 등 모래판의 승부사를 흥으로 승화시켰다.

이 노래에 대해 연 감독은 "한번쯤은 자신의 씨름 인생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버킷리스트'를 실행한 것이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씨름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힘들다. 힘을 얻을 수 있는 흥겨운 멜로디의 밝고 신나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며 “씨름하면 딱 떠오르는 노래가 많지 않다. 모 가수가 부른 '천하장사' 등 일부에 불과하다. '으라차 인생'도 씨름장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리던 씨름은 2000년대 들어 대중들에게서 멀어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남녀노소가 찾는 국민 스포츠로 부활하고 있다. 특히 근육질의 꽃미남 선수들이 펼치는 다채롭고 화려한 기술과 치열한 심리전까지 더해진 시원한 한판 승부를 보려는 젊은 여성팬들이 몰리고 있다.

증평이 고향인 연 감독은 8남매 중 7번째로 증평초 4학년 때 힘과 덩치가 좋아 증평씨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에 나가보라는 주변의 권유로 모래판에 발을 들였다.

이렇게 씨름에 입문한 그는 증평 형석중을 거쳐 청주 운호고, 부산동아대를 졸업하고 1991년 부산 조흥호랑이씨름단에 입단해 그해 강원도 태백에서 '금강장사'에 화려하게 등극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하고 그동안 쌓은 선수로서의 경험과 대한씨름협회 심판으로서의 활동을 살려 2012년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감독을 맡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령탑을 맡은 연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은 2013년 씨름을 포기하고 군대에 갔던 김진 선수를 발탁해 백두‧천하장사에 등극시키며 더욱 빛이 났다.

연 감독과 서수일 코치의 지도아래 10명의 선수로 구성된 증평군청인삼씨름단에는 2017년 천하장사 씨름 대축제에서 천하장사를 거머쥔 김진(백두급)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씨름돌'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손희찬(태백급), 대학최강이었던 이국희(한라급), 윤성희(백두급)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지난해 각종 전국대회 단체전을 연이어 평정하며 최강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목표에 대해 연 감독은 “태백급의 손희찬(씨름의희열), 금강급의 이청수, 백두급의 김진 등 팀원 모두가 장사를 목표로 땀을 흘리고 있다”며 “천하장사와 체급별 장사 배출 그리고 전국체전 금메달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씨름전용훈련장을 신축하고 체력단련장을 리모델링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증평군에 감사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연 감독은 오는 10일부터 경남 합천에서 열리는 2021설날장사씨름대회에 남다른 신경을 쏟고 있다. 올해 첫 대회인만큼 승전보를 소망하는 증평군민들에게 보답하고 자신의 노래 '으라차 인생'이 대회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게 하기 위해서다. 글·사진 증평 김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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