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남초 2학년 이지우군
2018년 방과후수업서 입문…유튜브 보며 독학으로 실력 쌓아
세계청소년마인드스포츠대회 체스부문 국내 1위·세계 2위 입상
[동양일보 이도근 기자]체스 불모지 충북에서 대한민국 체스의 샛별이 탄생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0 세계청소년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국내 1위, 세계 2위에 입상한 이지우(9·청주 산남초2)군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지우는 국내 선수들과 가진 5라운드 스위스 방식 경기에서 전승 우승하고, 세계 35개국 청소년들과의 월드본선 5라운드 경기에선 두 번째로 많은 승점을 챙겼다. 스포츠로 치면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우승한 뒤 세계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과 비슷하다.
흔히 ‘스포츠’라고 한다면 육체적인 경쟁을 상상하지만, 지성 간 대결을 통해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승패가 갈리는 ‘마인드스포츠’도 있다. 대표적 마인드스포츠인 체스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됐다. 변변한 체스 학원조차 찾아보기 힘든 체스 불모지 충북에서 나온 지우는 ‘체스 샛별’이라 할 수 있다.
지우가 산남초에 입학한 2018년 3월 방과후수업에서 체스를 처음 접했다. 이후 체스의 매력에 푹 빠졌지만, 청주에는 체스 학원이 없어 유튜브 채널 체스인사이드(chessinside)나 김도윤 사범의 강의 영상 등을 보며 독학으로 공부했다.
이렇게 독학 과정에서 지우를 힘들게 한 것은 체스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영문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지우는 “아빠의 해석 도움을 받고 있는데, 해석만으론 내용이 잘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이 있다”고 토로했다.
체스 입문 이듬해부터 대한체스연맹이 주최하는 각종 대회와 국제대회에 나선 지우는 독학으로 쌓은 실력을 맘껏 뽐내고 있다. 2019년 하반기 대한체스연맹 회장배 전국 유소년 체스대회 우승, 21회 마인드스포츠올림피아드 체스 한국대회 금상(1위)에 이어 지난해는 BRAIN-X&CHESSKID ONLINE CHESS CHAMPIONSHIP 1위, 대한체스연맹 2020 전국 어린이 체스 페스티벌 1위, 2020 ONLINE Chess Championship 1위 등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번 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세계 청소년 선수들과의 대결은 좋은 경험이 됐다. 준우승을 거뒀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이 두다 보니 이제는 온라인 경기도 익숙하지만 빨리 코로나19가 끝나 다른 선수들과 직접 경기를 하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체스를 잘 하려면 재능과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우는 “의식적인 연습으로 한 가지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지우는 “체스를 처음 접했을 땐 아빠와의 대결에서 지면 많이 울었던 것 같다”며 “지금은 아빠와 실력 차이가 많이 나서 아빠가 ‘체스로 널 이겨보는 게 소원’이라고 농담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아들이 체스 신동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있는 지우의 아버지 이준호(46·회사원)씨는 “체스를 배우며 학업 측면에선 지구력과 집중력이 좋아졌고, 가족들이 함께 체스게임을 하면서 서로가 더욱 친근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체스는 프로·아마추어 구분이 없어 ‘Elo레이팅’을 통해 국제적인 랭킹을 매긴다. 세계체스연맹(FIDE)는 일정 점수에 도달하면 피데·인터내셔널·그랜드 마스터 등의 칭호를 부여한다. 각 국가의 Top10 플레이어 레이팅 평균으로 매긴 국가순위(2019년 6월 6일 기준)에서 한국은 100위로 그랜드마스터 1명과 인터내셔널 마스터 2명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그랜드마스터(GM)가 되고 싶다”는 지우는 올해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준혁·안홍진 선수 등 국내선수들이 꼭 GM이 돼 한국이 체스강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사진 이도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