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경 충주성모학교 교장

[동양일보]지난해는 충주성모학교가 설립된 지 65년이 됐습니다. 또한 사랑의 씨튼 수녀회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첫 파견을 받은지 6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미국인이신 옥보을 신부님이 한국전쟁 후 척박했던 이곳에 특수교육을 시작한 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했을 것이라 여깁니다.

저희 수녀회 설립자인 엘리사벳 씨튼 성녀(1774~1821)또한 에미츠버그에서 수녀회를 시작할 때 가난해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더 나아가 교육의 기회에서 배제되었던 소녀들을 위한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옥보을 신부님은 마태오 복음 11장28절,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는 말씀을 학교설립정신으로 삼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연민, 그것은 가톨릭의 근본정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엘리사벳 씨튼 성녀가 수녀회를 설립하고 학교를 시작하셨던 것도 배우지 못해 소외되고 그래서 더 가난하게 살아야했던 이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연민과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수녀들은 성모학교에서 30여년 동안 교육에 몸담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씨튼 영성 안에서 실현하기 위한 세월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전례없는 상황을 학교에서도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주변은 나무와 꽃들로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학생이 없는 교정에 흐드러지게 핀 꽃이 쓸쓸해 보이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빈공간 같았기에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것을 실감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도 천진한 웃음을 잃지 않고, 거리두기를 배우면서도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공사로 인해 소음이 많아도 “이 정도는 괜찮다”며 오히려 먼저 말을 건네는 학생들과 함께 성모학교의 예순다섯 번째 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연민으로 시작한 충주성모학교가 65년의 세월을 교육에 매진하면서 최선을 다했듯이 앞으로 펼쳐질 시간도 “더 밝은 내일을 보고 바르게 행하고 사랑하며”(학교교훈) 살아갈 인재 양성을 위한 최선의 날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그동안 사랑을 베풀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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