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하나로 최고의 조합 일군 ‘기적의 승부사’

20년간 축협발전에 올인… 청주 최장수 조합장
지난해 말 상호금융 대출금 1조2300억원 달성
121명 최소 직원으로 당기손익 103억원 ‘전국 6위’

유인종 청주축협 조합장
유인종 청주축협 조합장

[동양일보 조석준 기자]“다른 지역의 대형 농·축협에 비해 인력이나 사업 규모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청주축협이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조합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전국 톱10 안에 드는 최고의 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20년간 조합을 이끌면서 ‘내일처럼 일하고 1등과 꼴찌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늘 강조한 이유도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와 평생직장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직원 스스로 맡은 바 일을 알아서 잘 꾸려나갈 수 있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조합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전국 1115개 농·축협 가운데 지난해 103억원의 당기손익을 내며 전년도에 이어 또다시 전국 6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청주축협을 전국구 메이저 조합으로 일군 유인종(71·사진·충북 청주시 청원구 향군로 92·☏043-256-5569) 조합장. 
5선 조합장으로 2001년부터 청주축협을 이끌고 있는 유 조합장은 청주세광고와 충북대 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서주우유에서 입사해 2년간 근무했다. 1979년 20대의 젊은 패기와 열정을 앞세워 고향인 청주옥산에서 한우 10마리, 모돈(번식용 어미돼지) 50마리로 축산업의 길에 들어섰지만 곧 돼지파동을 겪어야만 했다. 
돼지 값이 하루아침에 폭락하면서 돼지에게 먹일 사료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게 된 수많은 농가들이 새끼돼지를 몰래 갖다버리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특유의 근성으로 끝까지 버텨낸 유 조합장은 결국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돼지파동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83년 믿었던 소 값마저 폭락하면서 축사를 아예 접어야 할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러 고민을 하다 문득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결론에 도달한 유 조합장은 주변사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듬해인 1984년 저렴한 가격에 30~40마리의 소를 사들이는 등 승부수를 띄웠다. 시간이 흐르자 그의 예상대로 소 값은 다시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800평 규모의 돈사건립을 강행해 10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등 2003년까지 청주서 손꼽히는 전업농가로 급부상했다. 


현재 120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는 유 조합장은 한돈협회(옛 대한양돈협회) 충북도지부장과 중앙회이사, 청주축협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비상임이사를 거쳐 51세의 젊은 나이에 조합장에 당선됐다. 또 농협중앙회 대의원, 충북축협운영협의회장, ㈜농협사료 이사·감사위원, 충북축산단체협의회 초대회장, ㈜청풍명월클러스터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는 등 축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1991), 농협중앙회장 농협발전공로상(2010), 농식품부장관표창(2010·2020), 농협중앙회장 우수조합장표창(2012), 농협중앙회장 공적상(2019) 등을 수상했다. 
1961년 설립된 청주축협은 지난해 12월말 현재 본점(1)을 비롯해 지점(9), 생축사업장(1), TMR공장(1), 가축시장(1), 냉동창고(2), 동물병원(1), 축산물판매장(1), 한우셀프식당(1) 등을 운영, 1591명의 조합원과 9만1084명의 준조합원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상호금융 대출금 1조2300억원을 달성하는 눈부신 성과를 냈으며, 조합원들에게 2001~2020년 20년간 886억6000만원의 배당금과 125억원 상당의 무상사료를 지급했다. 


지난해 발표된 전국 농·축협 손익현황 자료에 따르면 직원 수가 121명에 불과한 청주축협은 당기손익 103억원을 내며 △대구축산농협(550명·181억원) △서울우유농협(1761명·115억원) △제주시농협(632명·111억원) △순천농협(572명·106억원) △안양축산농협(247명·105억원)에 이어 6위를 차지하는 등 전국에서 가장 효율적인 조합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밖에도 청주축협은 2010~2020년 11년간 사회공헌활동인 나눔축산운동을 통해 청주시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2억950만원을 기부했다. 
유 조합장의 가족으로 부인 김문순(68)씨와 효열(39)·충열(38) 형제가 있다.

글·사진 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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