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학 수필가

 

[동양일보]‘만약 우리가 살아 가는 세상에 맑은 공기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있을까?’

입, 코를 막고 2분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면 생명을 버티지 못한다. 이처럼 한 시도 맑은 공기가 없다면 모두가 살아갈 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따라 들숨으로 맑고 깨끗한 공기를 한껏 드리워 본다. 가슴이 터질 듯 상쾌하지 않은가? 이처럼 주위에는 파아란 하늘, 따스한 햇살, 비, 바람, 눈과 맑은 공기 등 돈 들이지 않으면서 무한의 공짜들을 무수히 맞이하며 저마다 옹골차게 살아 간다.

더위에 지치는 여름을 맞이하면 논밭에서 온 종일 농사일을 할 때면 땀방울이 온 몸에 구술처럼 흘러 내린다. 산등성이에서 간간히 불어 주는 산들바람은 간장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친구에게도 고맙다는 마음 한 번 주지 못했다.

겨울철 하이얀 눈송이가 하늘 나라에서 펑펑 내려올 때 어린 망아지처럼 동심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이 봄눈 녹듯 푸근하다. 온 산하에 백설이 포슬포슬 쌓이면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눈 뭉치를 세워 검정 숯으로 눈 코를 만들고, 모자도 씌워 주면서 멋진 눈사람을 만들며 동심으로 돌아가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던 날들이 소롯이 기억 난다.

따스한 새 봄을 맞이하면 우리가 사과, 배 등 갖가지 과일나무마다 예쁜 꽃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벌, 나비는 과일나무 꽃들을 너울너울 찾아다니며 꿀을 담뿍 따내면서 꽃들은 수정되어 풍성한 과일들을 맺어 주는 자연의 고마움을 수놓은 수채화가 그려 진다. 우리 인간들에게는 얼마나 신비스럽고 고마운 친구들인가?

따가운 너른 사막처럼 하늘나라에서 이슬비나 소나기가 영영 내리지 않는다면 70% 이상의 물로 구성된 우리를 비롯한 갖가지 동식물은 이 땅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하늘나라에서 공짜로 내려주는 비와 하이얀 눈의 소중함을 새삼 느껴 본다.

한 방울의 물이 귀하고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극심한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기다란 둑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고 하늘에서 공짜로 내려주는 빗물로 가득 채운다. 홍수 예방은 물론 가뭄 시 가두었던 물을 공급해줄 수 있는 저수지나 댐이 얼마나 우리에게는 고마운가?

“먼 훗날, 우리나라도 물 값이 기름 값보다 비싸 물을 사먹는 시대가 필연코 다가올 것이 다.”

중학교 학창시절 어느 선생님 말씀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당시에는 선생님 말씀이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현실은 물 값이 기름 값보다 더 비싸지 않은가? 오늘 따라 한 방울의 물이 귀하고 소중함을 새삼 느껴 본다.

사람들은 전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 요금을 내야 한다. 간간히 서울을 찾는다. 노인이라고 전철을 탈 때마다 공짜로 타기 때문에 국가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다.

지금까지 행복을 추구하며 건안하게 살아오면서 무상으로 평생 많은 도움을 받아오는 대자연의 친구들에게 감사 표현을 하지 못했음은 부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본래의 깨끗한 지구를 보존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나 1회 용품 덜 쓰기, 쓰레기 되가져가기 등 자연을 보호하는 작은 일에도 앞장설 작정이다.

오늘 따라 무상으로 베풀어 주는 햇빛이나 공기, 물, 바람, 비, 눈 등 자연이 베푸는 공짜 세상에 감사하다는 무언의 말 한마디 못한 미안함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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