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식 충북연구원 충북학연구소장

[동양일보]●<나이듦, 가슴 뛰는 내일>을 말하다

필자가 작년 여름에 출간한 <나이듦, 가슴 뛰는 내일>(수류책방, 2020)은 2020년 10대 트랜드의 하나로 부각된 신중년층의 제3인생기, 인생 3막을 위해 쓴 글이다.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100세시대 장수사회가 다가오지만, 신중년층의 인생 후반기 인식과 준비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각종 통계가 보여주고 있는 한국 노년사회의 현실은 우울하다 못해 위험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층의 빈곤율, 취업율, 자살율 등은 OECD 선진국 가운데 1위이며, 2018년 기준 건강수명도 5년전보다 오히려 낮아져 64세에 불과하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건강인지도 역시 남자는 25%, 여자는 15%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약을 밥 먹듯이 하면서 고통 속에서 노년기 18년을 보내다 죽어가는 것이 한국 노인들의 현주소이다. 그것은 6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하루 5개 이상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44%에 이르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의 자기인식과 돌봄은 여러모로 제한적이며 사회적 여건 역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고령층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 역시 사회적 통념대로 성장과정에서 체화된 타자화된 부정적 노년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노년이 되었어도 ‘노인의 덫’에 갇혀,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노년기를 보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역사학적인 접근법을 통해, 현 노년의 현실에 대한 종단적 인과관계를 밝히려 하였을 뿐 아니라, 지난 2천년 동서양 노년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하였다.

또한 이 책은 통합적인 접근을 하였다. 즉, 보다 성숙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균형 있게 실현해야 한다. 특히 나이 들수록 가치 지향적인 삶이 되어야 하기에, 전체적인 논조와 글의 전개 역시 그런 방향으로 서술하였다.

이는 바람직한 노년상을 건강, 관계, 활동, 자아초월 등 4대 영역 12개 미덕에서 찾은 것이나, 영적인 나이듦을 통해 대자유인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한 부분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공자가 말한 종심(從心), 니체가 주장한 위버멘쉬 초인(超人) 개념과도 통한다.이러한 영적인 나이듦은 구체적인 삶의 태도와 습관에 의해서 실현 가능한 문제이다.

성숙한 나이듦의 최대적은 바로 ‘나이’ 그 자체이다. 태어나 성장하면서 형성된 경험과 기억, 고정관념, 편견, 습관 등은 바로 현재의 자기 자신이다. 그것은 모든 시간을 말해주는 동시에 모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생애사적인 접근을 통해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지금’의 시점에서 가슴 뛰는 내일을 전망하고자 하였다.

다음으로 이 책은 필자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노년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귀납적인 접근을 하였다. 다시 말해 바람직한 노년기를 다룬 관련 학술논문과 문헌, 그리고 여러 사례와 경험담을 최대한 종합‧ 분석하여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노년기를 다룬 현 학계의 연구 성과와 노년기의 지혜가 집약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으나, 그 때문에 필자 개인의 주관적인 주장이 미약한 한계도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비중 있게 다룬 분야는 5부 가운데 제4부 자기 돌봄이다. 자기 돌봄이란 단지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차원이 아니라, 살아오면서 형성된 기존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그것은 삶을 아름다운 예술로 만들어가는 자기혁명으로, 순수하고 평화로운 나로 돌아가 영적인 대자유를 누리기 위함이다. 그를 위해서 이 책에서 제시한 해법은 몸에 대한 새로운 각성, 굳어진 오감 일깨우기 등 모두 7가지 삶의 지혜와 기술로, 그것이 12개의 좋은 습관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매우 강조하였다.

나이 들수록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세련된 삶의 테크놀로지가 필요함에도, 현실은 그렇지를 못하다. 살아오면서 형성된 잘못된 습관과 편견‧ 고정관념 등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삶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적으로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핵심 기술은 바로 좋은 습관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 점은 앞으로 많은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나이듦, 가슴 뛰는 내일을 위한 논의들

필자가 펴낸 <나이듦, 가슴 뛰는 내일>은 ‘50대 이후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통합적인 안내서이자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책을 관통하는 바탕은 대충 보면 그저 그런 것 같을지 모르지만, 실제 내용은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기성세대의 일반적인 인식체계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새로운 인생 패러다임이 요구되는데다, 깊이 사유하거나 통찰해야만 하는 내용이 많은 편이다.

그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룬 많은 개념이나 주제 등은 많은 논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실제 장수한 분들의 경험적 통찰과 지혜가 더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논의를 위해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이 대상으로 한 연령층은 50에서 70대 초반의 신중년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 후반기, 중노년기, 노년기, 노년상 등의 개념을 사용하여 일반화시킨 오류가 있다. 인생 후반기이든 노년기이든 그 시점은 논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용어 사용의 정밀함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바람직한 노년상으로 4대 영역 12개 미덕을 조화롭게 실천하는 노년으로 보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노년은 구체적으로 어떤 연령층을 주체로 하는지가 불분명하게 언급되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한 노년상이 모든 생애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추상적인 담론에 머문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좀 더 세부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둘째, 50대 이후 인생 후반기는 50년이란 긴 세월을 다루어야 한다. 노년기 역시 그 시점을 언제로 보든 최소 20년 이상의 생애를 대상으로 한다. 인생 전반기가 생애별 큰 차이가 있었듯이, 생애 후반 노년기 역시 연령대별로 삶의 가치와 생애 과업 등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명 60대와 80대는 생애 과업이나 삶의 의미가 같음과 다름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년기로 통칭해서 일반화시킨 측면이 있다. 이는 연령대별 생애 연구와 장수한 시니어들에 대한 사례연구가 축적될 때, 귀납적으로 일정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50대 이후를 인생 후반기로 보았을 때, 초기인 50-60대의 인간상과 중기인 70-80대의 인간상, 그리고 인생 후반기 말기인 90 이후의 인간상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각 연령기별 핵심가치와 지향점, 생애과업 등도 구별해서 보았을 때, 인생 후반기는 물론 노년기의 모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으리라 본다.

더 나아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 관점에서 노년기를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또는 전 생애에서 노년기의 의미와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도 끊임없는 논의가 요구된다. 서구 학자들이 규정한 70대 이전의 제3연령기와 이후의 제4연령기(노년기)를 한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두 연령기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이 책에서는 에릭슨이 밝힌 생애 발달단계 9단계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80세 이상을 생애 마지막 단계인 노년초월기로 보았다. 이 연령기는 필자도 가보지 못한 먼 곳이기에,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 이 점은 인생 후반기 삶의 목표와 지향점이 되는 만큼 좀더 심층적으로 논증되어야 한다.

셋째, 노년기를 자아초월기로 보는 관점은 이 책에서 강조한 ‘영적인 나이듦(spiritual aging)’의 최종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적인 나이듦에 대한 보다 철학적인 질문이 요구된다.

이 책에서는 영적인 나이듦이란 ‘내면의 영성을 일깨워 밖으로 빛나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내면의 영성이란 바로 초월성, 생명과 세계에 대한 깨달음, 사랑과 평화 등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근원의식이자 생명력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다분히 선험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강한 만큼 다양한 영역에서의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영적인 나이듦은 인간이 영적인 존재라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이 책에서는 인간을 빛의 존재로 보았고, 그래서 영적인 존재로 보았지만, 이 문제는 매우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것이어서 많은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논의는 자연스럽게 영적인 존재의 나이듦이 어떤 의미인지, 죽음이 존재의 끝인지 새로운 시작인지 등으로 문제의식이 확장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영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몸은 정신적 영과 분리된 물질적 몸인지, 아니면 영과 육을 통합적으로 보아야 하는지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다시 말해 20세기 서구의 영향으로 체화된 몸 인식은 영과 육을 나누어 이원론적으로 보았지만, 이 책에서는 일원론적으로 접근하여 정신과 몸을 전일적으로 다루었다. 이는 노년기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아젠다이다.

올해 102세인 김형석 교수가 나이 들수록 정신이 육체를 이끌고 간다고 하였는데, 정신과 육체의 관계는 노화를 거쳐 죽음에 이르는 노년기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책에서는 정신과 육체가 통합된 몸학의 입장에서 접근하면서도 정신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였다.

넷째, 이 책이 바탕에 깔고 있는 100세시대 바람직한 나이듦의 핵심가치 가운데 하나는 ‘행복’이다. 그래서 부제 역시 ‘100세시대 행복하게 나이 드는 삶의 지혜’이다. 여기서 말하는 행복은 긍정심리학을 바탕으로 삶의 즐거움과 만족, 그리고 삶의 의미 등이 조화로운 전일적 삶인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행복개념에 대한 정의이다. 행복이란 분명 즐거운 삶만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가치 지향적으로 의미 있는 삶만을 강조한 것도 아니다.

나이 들면서 나타나는 노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심신의 육체적 건강도 중요한 핵심가치로 보았다. 그러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조화를 이룰 때 행복한 것으로 보았는데, 몸 건강은 행복의 필요조건인지 아니면 필요충분조건인지, 더 나아가 핵심가치로도 볼 수 있는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는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생애단계에 따라 구분되어져야 할 것이다. 노년기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분명 중년기와는 다른 행복조건이 있을 터인데, 이 책에서는 행복을 일반론적으로 접근한 문제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나이 들면서 지향하는 행복한 삶에 대한 논의는 생애별로 구분하여 접근할 때, 보다 현실 타당한 담론이 만들어질 것이며, 50대 이후 인생 후반기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시기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나이듦의 종착점은 죽음이다.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나이듦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노년기에 해야 할 중요한 과업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고, 막연하게 비종교적인 관점에서 ‘다시 빛의 존재로 돌아가는 출발점’으로 간단히 언급하였지만,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삶의 끝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이 남아 있다.

끝으로 이상적인 담론과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이다. 사실 노년기는 빈곤, 질병, 할일 없음, 고독과 같은 노인 4대 고통이 말해주듯이, 이전 생애와는 달리 여러 위기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그 끝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 절대다수의 노년층이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늙어감을 찬미하겠는가!

그럼에도 인류역사에서 처음 맞이하는 노년장수의 시대를 지혜롭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난 2천년 노년의 지혜를 모으고, 앞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늘어난 20년 30년의 의미를 새겨야만 한다. 그래서 나이 들면서 가야 할 징검다리를 놓고 길을 닦아야 한다. 그 길이 모두를 위한 노년의 길이 되려면, 다른 어느 생애 담론보다도 현실에 뿌리를 둔 담론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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