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동양일보]SF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순간이동 장치를 타고 순식간에 사라진 후 다른 장소에서 나타나는 장면을 볼 수가 있다. 몸을 원자 단위로 분해한 다음 원자 송신기로 송신하고 원자 수신기가 있는 곳에서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조립한다는 이론이다.
한 사람을 원자 분해하면 10의 28제곱 승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정보가 추출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을 순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억하고 처리하여야 하며 또 그것을 처리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는 1984년 ’The Philadelphia Experiment‘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1943년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 행해졌다는 다음과 같은 실험 이야기에 기초한 것이라고 한다.
1943년 미국의 필라델피아에서는 군사적인 목적으로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아군의 배가 적군의 시야나 레이더에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배가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다고 한다.
3개월 후 첫 번째 실험에서 도출된 문제를 정비하여 두 번째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배가 시야에서는 물론 레이더에서도 사라졌다. 그리고 600km 떨어진 곳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다시 필라델피아 항으로 돌아왔다. 순간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험의 결과는 끔찍했다. 선원들 대부분이 실종 또는 사망, 그리고 일부는 갑판의 철재 구조물과 융합되어 죽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극비 실험이었다는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단지 인터넷상에 떠도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장비와 에너지만 있다면 순간이동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순간이동이 상용화된 세상이 올 것이다. 현관에 있는 원자 송신기로 들어가서 한라산 정상에 있는 원자 수신기로 순간 이동한 후 경치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꼭 지금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편리해진 만큼 분명히 우리는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함께 여행 가고픈 사람들을 떠올리고, 서로 날짜를 맞추고, 여행지를 고르고, 일정을 짜고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쁨과 설렘,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한라산 정상에 서 있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그런 과정은 생략될 것이다.
차량이나 기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일어났던 에피소드나 추억도 더 이상 생기지 않을 것이다.
효율적인 것이 곧 좋은 것은 아니다.
음식을 먹는 이유가 단지 에너지원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마찬가지로 커피를 마시는 이유도 카페인을 섭취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카페는 이미 도시에서 숲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커피를 마시는 대신 알약 하나를 먹고 싶지는 않다.
끊임없이 효율만을 추구하다가는 우리는 언젠가 인간다운 많은 것들을 잃은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