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교 음성소방서 음성119안전센터장

서정교 음성소방서 음성119안전센터장

[동양일보]한 때 서점가에서 비움의 미학에 대한 소재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불가에서는 이것을 해탈의 경지라 부르며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라고 말한다. 비운다는 것은 바로 욕심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불행이 욕심에서 비롯된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 지고지순한 진리이지만 욕심을 떨쳐내기까지 주변의 숱한 유혹들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좌지우지하기에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류가 사회라는 조직을 형성하면서 공직사회 또한 만들어져 운영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사회의 구성원을 통솔하고 행정 편의주의를 위해 조직이 되었다면 현대사회의 공무원 조직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 소방조직이 119라는 브랜드로 국민의 일상에서 안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자신 있게 자부하는 건, 우리 조직이 권력기관이 어닌 대국민 서비스 조직이라는 점과, 오직 국민의 안전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각종 재난현장에서 제 몫을 다하는 소방관들의 헌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국민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119 하면 화재, 구조, 구급에 국한된 소방영역이 아닌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안전을 책임져 주는 브랜드로 각인되었다. 어찌 보면 국민은 행정조직에 있어 최대의 고객이다. 이렇듯 현대의 공직사회는 단순히 고객만족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 만족하고 있는 고객이라고 해서 언제까지나 우호적인 고객으로 남아 있지 않듯이, 국민도 이와 마찬가지로 늘 새로운 복지와 서비스에 목말라 한다. 그런 국민들에게 119는 어떤 브랜드로 다가갈 것인가에 대해 소방인 모두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투명한 직업의식으로 늘 국민 곁에서 헌신하고 있는 소방관의 무리들 속에 포함된 필자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각종 공무원들 중에서 국민이 신뢰하는 공무원 직업 1위는 우리 소방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정상에 오르기보다 그것을 지켜내기가 더 힘들 듯 날마다 스스로를 다잡으며 국민을 섬기려 노력하는 동료들의 모습이야말로 형식적으로 부르짖는 청렴이 아닌 오늘날 소방인들 만의 새로운 목민심서가 아닐까

머지않아 5월이 되면 지천에 흐드러질 순백의 아카시아 꽃송이가 뿜어낼 향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카시아가 정말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건 자연에 순응하고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다. 꽃은 벌에게 달콤한 꿀을 주고 나무는 자라서 질 좋은 가구목재로 쓰임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만을 바라보며 헌신하는 우리 소방관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은 모두가 저마다의 광합성 작용으로 푸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해 우리들의 일상을 빼앗아 버린 코로나19 또한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보면 청렴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소방인들은 묵묵히 소방이념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청렴의 기본일 것이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