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식
[동양일보]여몽은 10대의 어린 나이부터 무용(武勇)을 떨쳐 손책과 손권을 보좌해 오나라가 양쯔강 중류 지역을 차지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데 큰 공을 세운 무장으로 관우를 죽이고 형주를 오에 바친 주인공이나 어려서 학문을 배우지 않아 표를 올릴 때에도 구술로 대신할 정도로 무식했으나 '국가 대사를 맡게 되었으니 책을 읽어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손권의 말을 듣고는 공부를 시작해 옛 유학자들보다도 많은 책을 읽었다고 기록되어 전해진다
‘오하아몽’은 예전의 여몽처럼 무용만 있고 학식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고, ‘괄목상대’는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을 가리킨다.
서론이 장황한 것은 필자가 나고 자란 고향 속리산 주변 자락에서 이 고사가 데쟈뷰되는 상황을 목도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괴산군 문광면 은행나무 가로숫길은 1979년 양곡리 주민이었던 고 김환인씨가 기증한 300그루의 은행나무를 마을 주민들이 합심하여 심고, 가꾸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수령 40여년의 이 은행나무 풍광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의 수가 한 해 3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반면 속리산 사내리의 은행나무 가로수도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지난 1980년대 초반에 식재하였다고 하니 수령 40 전후에 이러렀다고 보면 어찌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천혜의 자연 속리산 국립공원과 예술문화 대보(大寶) 법주사가 있어 그 정도의 탐방객은 비할 바가 아니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은행나무 가로수 가꾸기가 절실하다 하갰다.
은행나무 하나만 놓고 보면 정성이라는 작은 차이가 수십년 후 명품 가로숫길이라는 엄청난 결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아래는 육림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알아 본 가로수로서의 은행나무다.
1. 은행나무의 가로수로서의 가치와 효용은 이미 국내를 넘어 전세계 도시로 확장되어 검증되어 있다.
2. 은행나무의 식생은 환경적응성이 뛰어나 어디에서든지 잘 자라고 묘목일 때의 성장속도는 더딘 편이나 어느 정도의 시기가 지나면 잘 자라며 치명적인 병해충이 없어서 농약살포를 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고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아 환경에도 도움이 되며 수명 또한 수 백년이 넘는다.
3.모든 식물이나 나무가 마찬기지겠지만 은행나무 역시 토양과 지형이 생육에 대단히 중요하다.
은행나무는 수분을 좋아하지만 늘 습기가 찬 곳은 뿌리가 썩어 고사하게 된다고 한다.
자주 물은 주되 배수가 잘 되도록하여 물이 오랫동안 고여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단다. 당연히 진흙질의 토양보다는 마사질의 물빠짐이 좋은 토양이 좋고 평지보다는 경사지가 더 좋지만 가로수의 특성상 경사지일 수는 없으므로 장마철이나 비가 오는 경우 웃비는 그냥 흘러 가도록 도로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반경 1m 정도의 원형 맨땅에 콘크리트나 보도 블럭은 도로쪽으로 물빠짐 배수홈을 만들어 오랫동안 물이 고이지 않도록 배수 관리가 생장에 필수적이다.
4.시비(施肥)는 과실비대가 왕성하기 이전인 5월 하순~6월 상순 웃거름을 질소질비료와 칼리질비료를 주되 조금씩 자주 분시하면 좋다. 은행나무는 생육조건만 맞추어 주면 생장속도가 대단히 빠른 나무이다. 유기질 퇴비면 더 좋겠지만 필자는 육림 전문가는 아니므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5.전지(翦枝)는 보도의 기능과 미관, 전기·통신선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람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나무의 생장 우선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단지 이웃의 성공을 시샘하거나 탐(貪)한 발로도 아니며 애초 어리석은 불가능의 한단지보(邯鄲之步)는 더 더욱 아니기에 필자는 보은군, 법주사, 사내리 상인/주민 3자의 협치된 의견으로 속리산 은행나무 가로숫길 육림단(가칭)을 구성하여 가로숫길 가꾸기 사업을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단풍 든 은행잎이 꽂보다 아름답다하여 김동리 선생은 “무슨 꽃이 이에서 더욱 꽃다우랴.”하며 절찬하였다하고
어느 시인은 가로수를 이렇게 그렸다.
’아파도 눕지 못하는 삶’.
접목하지 않은 실생 은행나무는 그 열매(실상은 씨앗)를 30년 후에나 맺기 시작하여 그 수확이 가장 풍성한 시기는 식재 후 대략 80년 내지 150년이라고 한다. 적어도 손자대에 가서야 그 수확의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손자와 그 후대를 위하여 심는 나무라 하여 공손수(公孫樹)란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노거수(老巨樹)로 당당히 버티고 서서 후손 대대까지 사람들을 묵묵히 기다리는 위안의 버팀목이 되며 매 가을이면 그의 샛노란 낙엽이 만들어 낼 옐로카펫 가로수터널의 장관을 상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