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대성사 주지 혜철스님

[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인구 절벽시대, 우리나라 정책이 아이가 태어나면 지원하고 구체적인 예산을 쓰는데 부부가 되는 일에는 인색한 편입니다. 출산장려정책 이전에 결혼 비용 지원이 우선돼야 합니다.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지 않습니까.”

혜철스님(본명 손경흥·62·옥천군 옥천읍 지용로142 대성사·043-732-5560)이 동양일보TV 촬영을 위해 22일 동양일보TV 스튜디오를 찾았다.

세상엔 수많은 인연이 있고 그 중 부부의 연은 가장 특별하다. 혜철스님은 이 특별한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일에 불철주야 애를 쓰는 ‘중매스님’이다.

중매사찰로 유명한 옥천 대성사의 주지 혜철스님은 2005년부터 선남선녀들의 중매를 시작해 4000쌍(2018년 기준)이 넘는 부부를 탄생시켰다.

“시골의 작은 사찰에 주지로 부임했는데 비전이 없는 겁니다. 신도도 몇 명 없었고요. 미래의 종교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사찰에 캐릭터를 붙여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불교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라고 하는데 인연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인연인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일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죠. 그래서 대성사에 중매사찰이라는 캐릭터를 붙였습니다.”

처음엔 사실 농촌 총각 짝을 지어주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혜철스님의 계획은 곧 빗나갔다. 스님이 중매를 선다는 특이한 이력 덕분에 언론과 각종 매체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사찰이 문정성시를 이루게 된 것이다. 특히 혜철스님은 KBS-1TV ‘아침마당’에 출연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방송이 나간 주에는 도시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옥천IC부터 대성사까지 차가 막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성사된 커플의 숫자는 2018년까지 세었습니다. 중매를 오래 하다보니 이혼을 하는 부부도 생겨나기 시작한 거에요. 첫 이혼 커플의 소식을 듣고 이유를 자세히 들어봤는데 정말 어렵다면 이혼을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보며 성사되는 커플의 숫자를 세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됐어요. 한 커플이 만나더라도 잘 살 수 있는 사람,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사람, 그런 사람들을 맺어주는 일에 더 가치를 둬야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

스님이라는 신분을 넘어 앞서가는 생각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혜철스님은 ‘중매스님’ 말고도 불교공뉴스 대표이사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불교공뉴스는 2010년 종교를 초월한 사회의 밝은 소식을 전국 곳곳에 전하겠다는 취지로 인터넷 신문으로 창간했다. 현재 11명의 기자와 108명의 명예기자가 있고 불교공뉴스TV에는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항상 노력하는 혜철스님은 최근엔 불교공뉴스 TV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좋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직접 드론 자격증도 땄다.

옥천이 고향인 혜철스님은 옥천공고, 동방불교대 범패과를 졸업했고 경기대 대학원 교정교화과정을 수료했다. 영상음반협회 대전 지부장을 맡으며 승승장구하던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몸의 통증으로 36세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국불교 태고종 성원봉 스님 은사로 출가했다.

소통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혜철스님은 여러 방면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혜철스님은 대성사 주지와 불교공뉴스 대표 외 한국불교 태고종 홍보부장, (사)원봉문화복지회 이사,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충청북도 상임대표, 충청북도교육청 홍보대사,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홍보대사 등을 역임했다.

또 청주교도소 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도소 위문 공연, 상담 등을 통해 수용자 교화에 힘써 왔으며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충북종교인사랑방’에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종교간 화합을 도모했다.

저서로는 절대 혼자 살지마라, 스님은 중매쟁이, 길 누군가와 함께라면 등이 있다.

혜철스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오는 28일 방송되는 동양일보TV ‘사람풍경’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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