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조 다락방의 불빛 대표·카페 컨설턴트

[동양일보]“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소설 10권 분량은 나올 거야“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사실 소설 속 이야기도 대부분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다들 저마다의 삶의 굽이굽이를 가슴속에 묻고 살아간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우리들 안에 녹아 있을까.

카페에 있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온다. 친구나 지인과 담소를 나누려고 오는 사람들부터 과제나 공부를 하러 오는 사람, 커피를 좋아해서 즐기는 사람, 사색하는 사람, 그리고 회의나 독서토론을 하는 분들까지 다양하다.

가끔은 그분들이 청하기도 하고, 아는 분이 오면 함께 자리를 할 때가 있는데, 남다른 시선이나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어 깜짝 놀란다. 그런 분들을 대할 때면 예전에 칼럼에서 읽었던 임어당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다.

‘임어당’의 딸이 물었다. “아버지!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임어당은 “다르게 보아야 한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한 작가의 이 짧고 명료한 대답, 명쾌하다.

같은 일을 겪고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작품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장소를 보고도 남들이 찾아내지 못한 매력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남들이 놓치는 부분을 발견하거나, 대중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점이 작가로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다. 지구가 점점 더워져서 간절기는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진다고 한다. 필자가 젊을 때만 해도 7월부터 8월 사이를 피서철이라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향하다 보니 도로는 막히고 오히려 고생길이 되곤 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산이나 바다가 아니라 호캉스라고 해서 냉방이 잘 되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휴가를 가는 시기도 7월이나 8월이 아닌 봄이나 가을을 이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오히려 깊숙한 겨울에 휴가를 내기도 한다. 한 여름에는 냉방이 잘 되는 직장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적극적으로 취미생활을 하며 더위를 잊으면서 말이다.

하긴 우리 조상들도 더위를 피하는 ‘피서’ 대신 여름 더위를 잊는다는 ‘망서‘를 여름 무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으로 강조했다고 하니, 더위를 잊을 만큼 무언가에 빠져 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사실 우리 선조들이 말했던 ’잊는다는 것’의 의미는 아마도 ‘무념’, ‘무상’, ‘무주’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도 또한 방법일 것이다.

남들과 다르게 여름을 맞이하는 것, 다들 더위를 피할 때 적극적으로 더위와 맞서 이기는 것, 몰입을 통해 더위를 잊어보는 것,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작가로서의 덕목을 가진 사람들이다.

필자도 글을 쓰는데 집중하다 보니 벌써 커피 한 잔을 모두 비웠다.

몰입에 커피가 도움이 된 것이다. 아직 여름이라는 계절이 미처 오지 않은 것인지, 명징한 하늘과 파란 나뭇잎, 그리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니 참 쾌적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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