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준 취재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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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조석준 기자]최근 경북경주에서 열린 LPBA(여자프로당구) 2021-2022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청주댁’ 스롱 피아비(Sruong Pheavy)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캄보디아 캄퐁참(수도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6시간거리) 출신으로 귀여운 외모와 달리 좋은 신체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플레이로 국내·외 많은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피아비. 그는 스무 살이던 2010년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남편을 따라 청주에 왔다. 그러나 한창 꽃다운 나이에 가족과 친구를 등지고 모든 것이 낯선 이국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고국을 그리며 하루하루 눈물로 밤을 지새우던 피아비가 안쓰러웠던 남편은 취미생활이라도 갖게 해 주고자 당구장에 데려갔다. 캄보디아에는 당구장을 찾아 볼 수 없었기에 피아비의 눈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특히 호쾌한 샷 소리와 빙글빙글 빠르게 돌아가는 당구공을 보면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당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피아비는 남편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당구기술을 익히기 시작했고, 그의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8~10시간씩 연습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전국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었고, 2017년 정식선수 등록을 한 뒤 전국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고, 2018년에는 캄보디아 당구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연달아 입상하며 세계랭킹 2위에 올랐다. 지난 5월 PBA팀 리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블루원리조트에 지명돼 프로로 데뷔한 뒤 우승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코리안드림을 일궈냈다.

이후 피아비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자신처럼 꿈꿀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캄보디아에 스포츠전문학교 건립을 위한 부지를 마련했고, 구충제와 마스크·학용품을 지원하는 등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국 어린이들을 향한 피아비의 아름다운 꿈을 응원한다. 조석준 기자 yoha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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