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봉사 천사 조희주·조윤채 남매

첼로를 켜고 있는 희주,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윤채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먼 장래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큰 계획)라 한다. 하지만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는 법이다.

봉사(奉仕)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쓴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의 어린 나이지만 이미 경력 7년차의 봉사활동 전문가가 된 조희주(음성중 1년)·조윤채(수봉초 6년) 남매. 이들 남매 천사는 '장래에 크게 될 사람은 어릴 때부터 다르다'는 될성부른 나무다.

오빠 희주는 봉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눔, 배려, 사랑'으로 정의했다. 각박하게 옆도 돌아보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기성세대들에게 선진국 대한민국과 지역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바로 '봉사'라고 꾸짖는 듯하면서다.

두 천사의 봉사활동은 엄마 손영신(대한어머니회 음성군지회장), 아빠 조광식(사업) 씨의 손을 잡고 요양원에 드나들면서 시작됐다. 특히 엄마 손 씨는 음성 지역사회에선 이미 잘 알려진 왕성한 봉사활동가다.

"6살 때부터 요양원에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녔어요. 할머니들이 귀여워 해 주셔서 책도 읽어드리고 손 마사지도 해드리면서 봉사활동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지금은 용돈을 모아 할머니들 양말도 사서 신겨드리기, 그림그리기, 색종이 접기도 같이 하면서 할머니들의 말벗이 돼 드리고 있어요. 또 명절 때는 세배도 하고 노래도 같이 부르면서...이제는 요양원 할머니들의 친손자인 셈이죠"

동생 윤채는 마음이 참 여리다. 요양원을 방문할 때 마다 늙고 병들어 힘들어 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면 슬픔이 밀려온다.

"윤채가 요양원만 갔다 오면 며칠간 마음고생을 해요. 너무 힘들어 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써 가슴이 참 많이 아프고 먹먹하죠. 무슨 말로 위로해줘야 할지 모를 정도예요"

두 천사의 봉사활동은 요양원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농촌 일손봉사는 물론 환경정화 활동까지 가리는 게 없을 정도다.

특히 윤채는 머리카락을 기른 후 이를 잘라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증하고 있다. 벌써 3번째 자른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우들의 가발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올 봄에는 과수원에서 나뭇가지를 주웠어요. 또 최근엔 거리에 쓰레기를 줍기도 했죠. 음성 품바축제 기간에는 거리가 많이 지저분해 매일 거리 청소를 거들기도 해요. 겨울에는 돼지 저금통에 모은 용돈으로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에도 참여하곤 하고요"

문득 두 천사가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궁금했다.

"주위 사람들이 같이 봉사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서로 나누는 기쁨은 두 배잖아요. 내 자신도 소중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쯤 살펴봤으면 해요"

두 천사는 최근 음성군청을 찾았다. 그동안 용돈을 모아 마련한 장학금 54만원을 (재)음성장학회(이사장 조병옥)에 기탁하기 위해서다.

"그간 받은 장학금과 글짓기, 그림대회 상금, 그리고 용돈을 모아 장학금을 마련했어요. 적은 금액이지만 장학금이 필요한 이웃의 행복을 위해 잘 쓰였으면 좋겠어요"

두 천사의 부모는 '항상 나와 가까이 있는 이웃이 즐겁고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 조금이라도 배려하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하곤 한다. 혼내지 않는 사랑, 좋은 말과 긍정 마인드, 그러면서 언제나 두 천사를 배려한단다.

"엄마와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존경해요. 또 초등 1학년 때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님이 원남면 고향을 방문했을 때 꽃을 전달한 인연(희주)이 있는데 당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보고 얼마큼 대단한 분인지 부모님께 여쭤봤던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반 총장님을 존경하기 시작했어요"

희주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봉사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윤채는 심리상담자가 되고 싶어 한다.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기 위해서다. 음성 김성호 기자 ksh3752@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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