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철학하는 삶’을 위한 2기 동양포럼 운영위원회가 지난 13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첫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주간),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가 참석한 가운데 ‘철학하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주제 ‘철학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날짜 2021.7.13.
장소 동양일보 회의실

참석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주간)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
정리 김미나 차장


▷김양식 청주대 교수 “지난 6년 동안 동양포럼 1기를 이끌어오신 유성종 운영위원장과 김태창 주간님의 노고와 성과에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1기에서는 주로 동양의 공통가치를 찾아서와 노년철학을 핵심 의제로 삼았는데, 2기 역시 두 주제의 연장선상에서 ‘철학하는 삶’에 초점을 맞추어 훌륭하신 두 분의 철학자와 함께 포럼을 진행할까 합니다. 철학하는 삶은 일반 대중들이 그 단어만으로도 생소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양포럼을 통해 철학이 삶에 얼마나 밀접한 문제인지, 생활 속의 철학이 무엇인지 심도 깊게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철학하는 삶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나 여론이 형성되길 바랍니다. 첫 주제는 ‘철학하는 삶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오늘은 우선 철학하는 삶의 정의 혹은 개념을 정리해보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철학하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와 지혜를 나눠보죠. 먼저 철학하는 삶의 정의, 혹은 개념을 정리해볼까요?”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학과 교수 “시민사회는 ‘시민이 기본적으로 철학함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 때 철학함, 즉 철학을 한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철학함이 가능하지 않으면 시민사회 자체가 빈곤해질 수 밖에 없죠.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일상적인 삶 속에서 곤란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바로 감정을 보이지 않고 한 발 물러서 그 사태를 관찰하면서 내면을 동시에 성찰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그게 철학하는 시민이고 철학하는 삶이에요. 그런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시민교육의 주된 목표인 것이죠. 시민교육은 학교시민교육과 사회시민교육이 있는데, 우리 교육이 이런저런 문제를 갖고 있다 보니 실제 학교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따라서 사회시민교육이 함께 이뤄져야하고 동양포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동양포럼이 사회시민교육의 차원에서 철학하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제시해주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드렸으면 합니다. 이것이 지향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양식 교수 “철학하는 삶을 성찰하는 삶, 사유하는 삶, 이런 식으로도 축약해서 정의할 수 있겠네요. 정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번역어고 어려워요. 철학이라는 말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거부감도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쉽게 철학하는 삶은 생각하는 삶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현대사회는 바쁘죠. 생각 없이 나날을 보내게 되는데, 제발 그러지 말고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생각하는 삶이 철학하는 삶이 아닌가합니다.”

▷김양식 교수 “그렇다면 철학하는 삶은 왜 필요한가요?”

▷정세근 교수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샀지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안 읽은 책, 바로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그 책 매우 어려워요. 어려운 까닭은 예제가 다 서양 것이고 우리 고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자체가 틀렸어요. 정의라는 어려운 말, 복잡한 말을 써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너무 복잡한 문제로 철학자들도 헤매는 질문이죠. 아시다시피 그 책의 부제 있잖습니까. ‘What’s the Right Thing to do(무엇이 옳은 일인가)’. 즉 ‘어떻게 하는 것이 옳으냐’라는 표현이 맞겠죠. 무엇이 옳은가를 늘 생각해보고 그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져보겠다는 것이 그 책의 주제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나오는 여러 예시들을 현실화 시키고 우리의 예로 바꿔줄 때, 동양일보 독자들이 ‘아하, 그렇구나’하고 느낄 것입니다. 매 순간, 매 공간에서 ‘뭐가 옳아? 어떻게 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버릇처럼 되고, 그것에 대해 서로 소통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철학하는 삶의 간단한 답이 아닐까 합니다.”

▷김양식 교수 “말씀 중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로 든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접하는 개념이나 사고 및 철학 등이 거의 모두 서구 중심적입니다. 우리 교육도 그래 왔지요. 그러다 보니 몸은 동양 한국인인데, 사고는 서양인이 된 꼴입니다. 그래서 한국인 특유의 감성과 전통적인 사유방식과 갈등을 빚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철학, 우리의 삶을 회복할 때입니다. 이것이 우리 동양포럼의 역할이 아닌가 합니다. 포럼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한국적인 사유, 감정,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내놓으면 일반 대중들이 피부에 와 닿는 철학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박 교수님! 우리가 왜 성찰하고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박병기 교수 “현대 사회는 생각 없이 살 수 있도록 삶의 방식이 생각보다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요. 게다가 우리는 뒤늦게 산업화에 합류하면서 속도감까지 붙어 가만히 있으면 떠밀려가듯 살게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성찰 전 단계에 ‘멈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서, 자기 밖에 있는 것을 관찰하고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성찰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철학함의 과정이고 핵심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 교수님 말씀처럼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거야’, ‘이게 옳은 일이야’를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이죠. 그런데 사실 우리가 개념화하지 않더라도 이미 시민들이 일정 부분 그렇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어느 누가 생각 없이 살겠어요? 하지만 그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는 워낙 흐름이 거세기 때문에 휩쓸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끔씩은 강제로라도 멈춰 세워야 한다는 것이죠. 시민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바람직하게 살고 있는지, 내 삶의 방향이 맞는 것인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성찰해볼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해주는 일이 동양포럼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양식 교수 “박 교수님께서는 생각하기 위해서는 멈춰야 한다고 강조해서 말씀하셨는데, 정 교수님은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근 교수 “2002월드컵 때 히딩크 감독이 무엇을 강조했습니까. ‘정신력’을 강조했어요. 히딩크는 ‘멘탈리티’라고 표현했죠. 일반 사람들은 이 ‘정신력’에 대해 ‘기운이 떨어져도 정신력으로 더 열심히 뛰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그것은 경제개발 시절에 힘들어도 참고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뜻이었고, 히딩크가 말한 ‘멘탈리티’는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뜻이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 축구를 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바로 ‘전체를 위에서 봐’, ‘니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뛰어’라는 사고력의 뜻이었죠. 박 교수님 말씀처럼 철학자들이 늘 강조하듯 ‘관조, 곧 멀리서 띄워놓고 바라보라’는 것이 히딩크가 말한 ‘멘탈리티’였는데 월드컵을 거치면서도 우리가 사고의 가치를 배우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념설정을 잘 해서 시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양식 교수 “생각하는 삶, 철학하는 삶의 필요성을, 두 분은 철학자니 철학적인 관점에서 말씀하셨는데,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가 모든 물질은 운동이라고 하잖아요.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느 물질체보다 고(高)에너지체이고, 운동하는 존재란 말이에요. 인간이 운동하는데 일정한 관성, 속도, 방향성을 가지는게 물리학적 법칙이잖아요. 인간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기 나름의 삶의 방식, 운동 방식이 굳어지면서 이것이 하나의 습관이 돼 버립니다. 습관이 되면 자동적으로 생각 없이 행동이 나오고 감정처리가 나오고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 없이 삶을 살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것은 정도의 차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봅니다. 특히 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자기 고유의 운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각 없이 삶을 살아가다 꼰대 소리도 듣게 되고 옹고집 소리도 듣게 됩니다. 들뢰즈의 이야기대로 결국 기계화된 인간이 되어가는 거죠. 기계화가 돼서 생각없이 습관대로 살다보니 행동교정, 언어교정, 감정교정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자기 삶의 프레임을 짜기 위해서도 그렇고 평상시 보이지 않던 것을 새롭게 보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고자 하는 운동성 내지는 방향을 조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방금 전에 박 교수님 말씀대로 멈춰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멈췄을 때 좌가 보이고 우가 보이고 뒤가 보이는 것이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면 결국 새로운 방향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삶의 방식인데, 일반인들의 생활방식을 놓고 봤을 때 과연 철학하는 삶과 어느 정도 온도차가 있는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박병기 교수 “현대 과학이 발달하면서 밝혀낸 것 중 하나가 인간과 짐승의 유전자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생존욕구인데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살아남는 것, 즉 생존은 주로 돈을 버는 것으로 해결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자연스러운 본능이기도 하죠. 하지만 동양철학에서 오래전부터 주목해온 것이 있는데요, ‘짐승과 인간의 차이, 또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미미하다’고 했습니다. 인간의 삶은 생존에 가치라는 것이 더해집니다. 저는 그것을 실존의 차원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인간에게는 실존의 차원의 삶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이게 생존과 분리돼 있지 않아요. 생존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그 가치 차원의 실존 문제는 잊혀지거나 잠깐 떠올랐다가 뒤로 밀리거나 하는 것이 일상적인 우리 모습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기본적인 생존문제가 해결됐음에도 여전히 생존 차원의 돈 버는 것, 돈 쓰는 것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철학함을 구현해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실존 차원의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만 자신의 일상 속에서 멈춰서서 내면을 성찰하고 자기 밖의 현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시민들의 삶 속에 철학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봅니다. 작게나마 우리도 동양포럼을 통해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양식 교수 “정 교수님은 철학하는 삶이 생각하는 삶이라 하셨는데, 과연 생각하는 삶을 일반인들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나 근접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근 교수 “인간에게는 욕구 이상의 것이 있어 그것 때문에 싸움이 나지요. 명예 때문인데요, 명예가 없는 동물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인거죠. 박 교수님이 말씀하신 ‘미미한 차이’가 그렇게 달라져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전쟁도 벌이는 겁니다. 실상 그 미미함을 잘 잡으면 생각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해요. 전통사회에서는 하루 세 번 반성하라 했습니다. 그것이 삼성(三省)이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삼성’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명상, 멈춰서기, 바라보기 그게 바로 뉘우침의 한 방법 아닐까요? 밀려오는 속도 때문에 1주일에 한 번도 사실 힘들죠. 그런데 이 포럼을 통해 그런 시간들을 조금이나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잠깐, 잘 가고 있는지, 생각을 해보자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일기를 쓴다든가, 메모를 한다든가, 나이 들어 자서전을 쓴다든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김양식 교수 “박 교수님은 생존의 문제와 실존의 가치의 간극을 말씀하셨고 정 교수님은 그 사이에 미미함의 문제를 풀어내셨습니다. 생존의 문제와 실종의 가치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으로 하루 세 번 반성하라고 정리해도 되겠습니까?”

▷정세근 교수 “이 포럼이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은 결국 ‘가치 찾기’라고 봅니다.”

▷김양식 교수 “생존의 방식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존재의 가치면에서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존재가치를 드러낼 것인가, 그것이 곧 철학하는 삶과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구체적으로 정리에 들어가면 우리가 철학하는 삶을 지향하는 것은 인간적인 아름다움을 꽃피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구체적으로 철학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는지, 그 지혜를 들려주시죠.”

▷박병기 교수 “현재 한국의 시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기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살게 됐는지 말할 때가 왔어요. 속도에 밀려 어느 정도 성공도 했지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계속 가봤자 더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들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시점이야말로 시민들의 철학이 꼭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정세근 교수 “철학하는 지혜를 얻는 방식은 많죠. 사물이나 동물을 관찰한다든지 방법이 많습니다. 그 관찰들을 통해서 배우고 공감할 수 있어요. 공감이 꼭 동물이 아니라고 꽃을 보고도 공감할 수 있겠죠, 공감의 영역을 자꾸 넓혀가는 것, 그것이 세계에 대한 느낌이 되고, 그런 것들이 늘어날 때 인간과 인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리라 봅니다.”

▷김양식 교수 “정리할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 시작할 때는 철학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어서 피부에 와닿지 않았는데, 논의를 하면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철학하는 삶을 사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를 높이고 좀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보는 눈, 듣는 귀, 맡는 코를 새롭게 해야 되잖아요. 그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멈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 익숙해 있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생각하기 이전에 일단 멈추고 좌우를 살필 수 있는 마음의 자세, 생활태도의 교정, 반성적 사고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끊임없이 멈추면서 새롭게 바라보는 것, 관찰하는 것, 관찰 속에서 생각하는 것, 그래서 결국 자기의 공감력을 회복시켜서 자기의 에고에서 벗어나 만물과 교감하고 공감했을 때 그 속에서 자기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나와 관계하는 모든 존재와 자연스레 소통하면서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못다한 말씀 있으면 해주시죠.”

▷박병기 교수 “현재 21세기 한국인들은 서양적 사고에 더 익숙한데요. 동아시아적 사유를 가지고 철학을 하는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면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기’에 대해 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전통이 관계를 너무 강조해 관계로 인한 고통이 존재하다 보니 사르트르의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처럼 강력한 개인중심 사유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거기에 가치를 부여해서 그것이 산뜻하고 멋진 삶이라는 생각에 꽤 익숙해져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게 밝혀지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들이 인간들 사이 관계맺기가 어려워지니 동물과의 관계맺기로 넓히고 있는 실정이죠. 주변에 보면 고양이와 강아지가 상당히 많이 늘고 있어요. 이런 점도 상당히 중요한 한국 시민의 철학하는 주제로 삼을 수 있고 동양포럼에서 장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세근 교수 “타인은 지옥이 아니에요, 타인은 선물이고, 로또고 복권입니다. 관계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타인은 행운이라고 깨닫게 되고 손잡고 가게 되지 않습니까? 적어도 동양포럼을 통해 서구사회가 놓친, 잃어버린 그런 것을 주된 가치로 복원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양식 교수 “오늘 논의과정에서 제기됐지만, 우리는 동양인이면서 서구적 사고에 길들여져 있어서 불안한 정서에 쉽게 휘말리고 위험한 사회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양포럼을 통해서 수 천년 동안 이어져 온 동양적 사유방식의 맥을 이어가는 것, 그것을 현재화 시키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한 동양포럼의 지향점이고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 철학하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를 놓고 두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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