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애 충주 목행세탁소 대표
세탁소 방문하던 장애인시설 선생님 돕고자 팔 걷어
지역 30여 재가 장애인 가구 의류·이불 등 세탁
아들도 세탁 봉사 동참… 남편은 지원군 역할 ‘톡톡’
“직접 만난 적 없지만 선생님들이 감사 표현 전해줘
건강한 만큼 몸 불편한 분들에게 베푸는 삶 살 것”
[동양일보 윤규상 기자 기자]“1997년도부터 세탁소 운영을 하던 중 당시 '나눔의 집' 선생님과 인연으로 2002년부터 재가 장애인들에게 세탁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세탁 봉사 이외는 없어요”
세탁소를 운영하며 틈틈이 손님으로 오던 장애인시설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20여 년이 넘도록 재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세탁 봉사를 하는 박경애(56·사진) 충주 목행세탁소 대표.
박씨는 1997년 충주 칠금동에서 처음 세탁소를 개업할 때부터 24년째 외부 접촉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재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세탁 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 방문을 통해 각종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역할은 충주장애인복지관 선생님들이 맡는다.
복지관 선생님들은 충주지역 곳곳에 거주하는 재가 장애인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집안 곳곳을 살피고 각종 상담은 물론 문제점 발생 시 해결에 앞장서곤 한다.
이들은 해묵은 때가 묻은 의류와 이불 등의 위생 상태가 엉망인 것이 가장 고민스러웠다. 재가 장애인들 특성이 자신의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집착에 가까울 정도여서 위생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세탁소 손님으로 찾아온 복지관 선생님들의 고민을 듣게 된 박씨는 그 자리에서 직접 자원봉사를 제안해 20여 년간 재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세탁 봉사에 나서고 있다.
충주지역 곳곳에 거주하는 재가 장애인 가구 수는 30여 곳에 달한다. 세탁은 박씨가 나서지만, 수거와 배달은 복지관 선생님들 몫이다.
여름철은 계절 특성상 수거량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겨울철은 외투와 이불 등 제법 무게가 나가는 세탁물이 박씨 세탁소 대형 세탁통 앞에 대기하고 있다.
직접 빨래하는 것조차 힘든 재가 장애인들의 겨울철 세탁물은 수거와 세탁은 물론 배달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세탁물을 직접 수거해오는 복지관 선생님들 표정을 보면 20여 년간 힘든 내색은 아예 할 수 없었다고 박씨는 회고했다.
박씨가 세탁 자원봉사를 통해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는 재가 장애인들이 복지관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감사 인사다.
그는 “그들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복지관 선생님들에게 대신 전하는 재가 장애인들의 고마운 표현은 힘든 것을 잊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충주장애인복지관에 적을 두고 봉사활동을 펼치는 수많은 자원봉사자 가운데 특이하게도 세탁 분야는 박씨 혼자뿐이다.
박씨의 자원봉사 DNA는 아들 장성범(31)씨가 물려받았다. 장씨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재가 장애인들의 세탁을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활동 모습을 곁에서 늘 지켜봤다.
중학생 시절 장애인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자원봉사활동에 푹 빠져버린 장씨는 현재 가업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30대 초반 젊은 세탁소 사장으로 진로를 결정한 장씨는 재가 장애인 세탁봉사도 당연히 물려받았다.
단양 매포 출신으로 같은 고향에서 자란 이웃집 동창생인 남편 장성호(56)씨도 직업군인으로 전역한 뒤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세탁 자원봉사만큼은 든든한 후원자다.
박씨는 “봉사를 즐겨 하시는 분들은 표정부터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게 다가온다”며 “내가 건강한 만큼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당연히 베풀어야 한다”고 자원봉사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자녀 인생을 부모가 책임질 수는 없지만, 남을 돕는 자원봉사만큼은 적극적으로 물려주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현장이 곧 봉사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세탁 봉사에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박씨 선행이 마치 천사 날개를 펼친 듯 보였다.
충주 윤규상 기자 yks0625@dy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