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철학하는 삶’을 위한 2기 동양포럼 운영위원회가 지난 11일 동양일보 회의실에서 두 번째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주간)의 사회로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가 참석한 가운데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날 대화의 내용을 요약,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주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날짜 2021.8.11.
장소 동양일보 회의실
참석 김양식 청주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운영위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주간)
정세근 충북대 철학과 교수(주필)
정리 김미나 차장

 

박병기 교수
박병기 교수

▷박병기 교수 “오늘은 지난 첫 동양포럼의 주제였던 ‘철학하는 시민’에서 조금 더 진전시켜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헬조선’과 ‘선진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개인에 따라 또는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인식의 편차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한국 사회에 대한 좌절감. 또 절망감, 그런 것들이 상당하죠. 기성세대에 속하는 우리들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얘기까지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크게 하부 주제를 3개로 잡아봤는데 첫 번째 주제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 두 번째 주제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 또는 배경’, 마지막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우리 사회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김양식 교수
김양식 교수

▷김양식 교수 “현재 우리 사회는 한마디로 위험한 사회로 표현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역사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사회적인 분열과 대립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분열과 대립은 어떤 면에서는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죠. 문제는 사회 분열이 일정한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상호 소통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기본적인 원칙이라든가 사회적인 안전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 같은 경우에는 그런 원칙이라든가 사회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끊임없는 분열로 치닫는, 그래서 역기능적인 측면이 상당히 강합니다.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 그 사회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공공선’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경우 그런 ‘공공선’이 약한 것이 문제입니다.”

▷박병기 교수 “김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가 ‘공공선’ 또는 ‘원칙’이 무너짐으로 인해서 상당히 위험한 사회가 됐다고 진단을 하셨습니다. 철학적 관점에서 정세근 교수님은 어떻게 판단하고 계신가요?”
 

정세근 교수
정세근 교수

▷정세근 교수 “먼저 박 교수님이 제안하신 주제가 좋습니다. 별 다른 이야기가 아닌 듯하지만 그 주제를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서양의 예를 들자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일단 사회를 병든 걸로 보고, 그 치료책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사회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풀었지만, 프로이드는 심리학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 둘을 합쳐 사회를 심리학적인 각도에서 바라본 것이지요.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마르크스 더하기 프로이드로 이루어진 학파이지요. 그것처럼 우리도 우리 사회가 이렇게 극단적인 대립으로 병들었다는 걸 일단 인정해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박 교수님이 제안하신 주제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렵고 깊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우리 사회는 천민자본주의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그런 의식은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잘 드러납니다. “여러분도 돈 많이 벌고 싶어요?” 그러면 다들 “예”라고 그래요. “돈 더 많이 벌고 싶어요?” 그러면 더 소리를 지릅니다. “예!” 그러고 나서 제가 묻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재벌을 존경합니까?” 그러면 아무도 대답 안 해요. 얼마나 이중적입니까? ‘돈은 벌고 싶지만 돈 번 놈은 싫다’ 이거야말로 정말 젊은이나 늙은이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자기모순적인 모습입니다. 그게 병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것부터 드러내고 시작을 해야 되는 거예요. 돈 많이 번 사람을 존경하지 못하게 된 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박병기 교수 “한국 사회는 외형적으로 상당히 성공한 나라가 됐죠. 하지만 사회윤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그걸 뒷받침해 줄 만한 내면적이고 실질적인 것들을 갖추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정세근 교수 “김 선생님 얘기하신 것처럼 결국은 공동 가치가 없는 거죠. 공동선이 없고 공동 가치가 없는 거죠. 그리고 박 선생님이 얘기하신 것처럼 사회 윤리가 필요합니다. 사실 제가 중학교 때 정말 놀랐던 게 뭐냐 하면, 분명히 ‘바른생활’에서 배울 때 의로움을 지키고 돈을 좇지 말라고 배웠는데, 갑자기 기업을 설명하면서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머리가 뽀개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라고 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건 나쁘다고 가르치면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그런 의식은 달리 얘기하면 우리 아버지한테 가족회의 하자고 그랬을 때 아버지가 어처구니없이 바라보던 것과 똑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윤리와 가정의 윤리도 달랐고, 또 ‘바른생활’에서 가르치는 것이랑 ‘사회·경제·문화’에서 가르치는 것도 달라요. 그런데 그 다름에 대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얘기를 안 했어요. 그리고 선생님들도 그냥 상관없다 이렇게 넘어간 거고. 학생들도 질문하면 눈총 받으니까 묻지도 못하고. 기업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까지도 봐주겠는데, 나아가, 주식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참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유한 책임이란 것도 있고. 그때 느끼기에 이게 참 희한한 논리더라고요. 주식회사가 말이 멋있어서 좋은 줄 알았더니 도망가는 윤리더군요. 그렇게 생각했는데도 선생님한테 못 물었습니다. 맞을까봐.(웃음)”

▷박병기 교수 “김 교수님. 그 원인과 배경 어떻게 보십니까?”

▷김양식 교수 “오늘날의 한국 사회 문제는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라, 적어도 지난 100년 역사의 결과물입니다. 특히 우리의 근대화는 조선왕조 500년을 철저히 부정하는 위에서 이루어진 ‘서구화’와 ‘자본주의화’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려와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오랜 세월 축적된 한국적인 것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맹목적인 이식자본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게 된 거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어요. 결국 우리는 위험한 사회에 살면서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된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분열과 대립이 심한 또 다른 이유는 지난 20세기 역사 경험이 그런 한국인을 만들어온 점입니다. 식민지 경험, 그 다음에 냉전 경험, 그 다음에 분단 경험, 그 다음에 고도의 자본주의와 도시화를 이루면서 양적인 성장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민족이, 나라가, 사회 구성 공동체가 갈갈이 찢기고 대립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 이것은 역사적 ‘습’이 된 것 같습니다. 고치기 쉽지 않지요. 개인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형성된 습관을 바꾸기가 엄청나게 어렵잖아요. 우리 사회도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지난 20세기 우리의 역사 과정에서 만들어진 ‘습’을 뜯어고치고 해체시키지 않고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난 역사에 대한 올바른 성찰과 그를 통한 새로운 사회의 재구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박병기 교수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서 만들어낸 개념 중에 하나가 이데올로기인데, 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창 같은 역할을 하죠. 이런 가운데 한반도는 좌파 이데올로기와 우파 이데올로기가 아주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면 충돌을 했었죠. 지금도 여전히 남북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사회를 바라보는 데 더 혼란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는 각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좌파, 우파 이데올로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방을 적으로 내세우고 어떻게든 그들을 미워하게 돼버렸고. 결과적으로는 진정한 좌파도 없고 진정한 우파도 없어졌죠. 이처럼 진정한 진보도, 진정한 보수도 없는 상황속에서 사회를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지식인이나 언론마저 어느 한 쪽에 쏠리면서 오히려 올바른 인식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도 우리가 우리 사회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데 상당한 장애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양식 교수 “우리의 현대사는 식민지와 냉전 사회를 거치면서 생존의 문제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하는 생존문제에 내몰리다 보니 도덕 감수성은 떨어지고 극단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극단 지점에서 자기 이념이라든가 사상이라든가 진영을 투쟁적으로 지키고자 했는데, 그것은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에 옮고 그름을 떠나 목숨 걸고 지켜내야만 했지요. 양보의 미덕은 있을 수 없었던 거죠. 이제는 포용적 시각에서 우리 사회라든가 지난 우리의 역사를 냉정하게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정세근 교수 “우리의 한국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쟁이었다는 걸 일단 깨달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이 전쟁을 모르지 않습니까? 저는 나이 드신 분들, 태극기 부대들 심정적으로는 이해해요. 왜? 널브러진 시체를 본 사람들이에요. 내 전우가 죽어간 사람이에요. 그 분들이 갖고 있었던 살고자 하는 욕망을 어떻게 잊습니까? 그 점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전혀 목도하지 않은 세대를 이해하는 것은 경험 차원에서도 전혀 다른 일입니다. 그런데도 한쪽이 다른 한쪽을 강요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음은 김 교수님이 말씀하신 조선 500년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전통이 있었는데 그게 어디 갔느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을 전통적 가치 구조로 얘기한다면 의(義)와 리(利) 아닙니까? ‘의’를 좇고 ‘리’를 버려라. 그런데 자본주의는 ‘리’를 좇는 것이고 전통 가치는 의를 좇는 거였죠. 여기서 국가 권력의 역할이 있죠. 조선시대만 해도 국가 역할은 ‘리’를 ‘의’ 쪽으로 가게끔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천민자본주의 시대가 되면서 국가나 권력이 ‘의’가 아닌 ‘돈’ 쪽으로 붙었어요. 그러니까 두 대립되는 것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렸다는 얘기죠.”

▷박병기 교수 “자연스럽게 세 번째 주제로 넘어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그런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는데 그걸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함께 해야 할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눠보겠습니다. 정 교수님 먼저 말씀하시겠어요?”

▷정세근 교수 “제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어쩌면 유치하고 소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자주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우리 산업화하고 민주화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노력했습니까? 그런데 내가 노력하거나 희생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노력과 희생을 감사해 할 줄 아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세상 일 혼자 다 못해요. 돈 벌면서 민주화 못하고 민주화하면서 돈 못 버는 건데, 물론 훌륭한 사람은 둘 다 하겠지만요. 결국 제 말씀은 내가 못한 일을 남이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고마워하고 서로를 인정하면 된다는 거예요. “어, 그래, 네가 열심히 민주화 운동했지. 감옥 가고 힘들었지? 고문당해서 힘들었지? 너 훌륭해. 하지만 난 그 길 안 갔어. 나는 조국 근대화를 위해서 새벽부터 일하고 양놈들이랑 술 퍼먹고 다녔지만, 나도 열심히 했어.”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내 가치를 좇아서 이렇게 갔지만, 여러분들이 조국 근대화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해줬냐.” 이렇게 고마워하면 되는 거예요. 왜 우리는 자기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비하합니까. 낮추고. 세상 일 혼자 못합니다. 이게 세상 돌아가는 가장 큰 원리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뭔가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이라면 그것이 다른 길이 아니라 틀린 길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우리가 갖고 있는 좌우 트라우마가 아직도 개운하게 벗어지지 못한 것이 있지만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이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이 큰데, 우리 세대는 먹고 살았지만 젊은 세대들은 먹고 살 직장이 없는 세대가 됐다는 것을 제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은 세계의 경제적 질서이고 흐름입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에게 노력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것은 정말 문제입니다. 이것은 나이 드신 분이 꼭 알아야 하기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한 정치인이 ‘노~력’이라고 했을 때 그 물결 표시가 들어간 ‘노~력’이 유행이 된 적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하면 그게 반어법적인 것임을 알아야 하는데 나이든 사람들은 “어, 맞어. 네가 노력이 부족하지”하고 넘어간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젊은이들 편에서 생각하자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대법관이 은퇴하면서 자기는 약자 쪽 손을 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결국은 중립을 넘어서 강자 쪽에 섰음을 깨닫는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아무리 젊은 사람들 편에 서려고 하더라도 정말 젊은 사람들 편에 서 있지 못할 것입니다.”

▷박병기 교수 “정말 전적으로 공감하는 게 우리 사회에 분열된 세력들이 있는데 각각의 공과 과가 다 있잖아요. 그러니까 각각의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서로 인정해주는 것, 그게 정말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다라는 정 교수님 말씀에 대해 매우 공감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나이 드신 분들이, 오히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 편에 적극적으로 설려고 노력해도 사실 그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라는 아주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해 주셨습니다. 김 교수님,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김양식 교수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논쟁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갇혀 논쟁이 안 이루어집니다. 자기 주장하기에 바쁘죠. 이제는 논쟁 내지는 담론이 활성화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와 같은 동양포럼은 상당히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논쟁이 활성화된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청이 전제돼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 얘기 하는 데는 상당히 익숙해 있어요. 습관적으로. 그런데 남의 얘기를 그냥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 하면서 바라봐주는 경청의 태도는 의외로 부족합니다. 결론적으로 논쟁이 활성화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먼저 경청하는 태도를 함양할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박병기 교수 “이제 마무리 말씀을 들어볼까요?”

▷김양식 교수 “최근 인문학 열풍으로 많은 인문학 프로그램이 진행이 됐는데, 과연 어떤 인문학적인 풍토를 새롭게 만들어갔는지 의문입니다. 주로 명강사를 불러 인문지식을 소비하는 시장만 확대됐고, 시민들의 인문적 사고, 성찰의 전환 계기는 되지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인 성찰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담론의 장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일회성 프로그램보다는 연속된 프로그램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인식 전환과 새로운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 모색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세근 교수 “아까 서로 고마워하자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외국 논문에는 맨 뒤에 ‘어크날리지먼트(acknowledgement)’라는 걸 붙일 때가 있더라고요. 저는 맨 처음에 이게 ‘시인(是認)’이라는 뜻으로 알았는데, 뭔가 했더니 ‘답례품’이라는 뜻도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말을 ‘고맙습니다’로 바꿔 봤어요. 논문 다 끝내고 나서 ‘고맙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딱 맞더라고요. 우리가 살면서 박 교수님이 ‘인정’이라는 표현을 쓰신 것처럼, 서로 이렇게 ‘고맙습니다’하는 마음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모든 것이 다 내가 한 게 아니기에, 내가 하지 못한 것에 고마워하기. 어차피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그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병기 교수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일단 한 발짝 물러나 대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그 거리두기가 철학함의 핵심이고 출발점입니다. 오늘 이 자리는 그런 거리두기를 전제로 한 시민의 철학함이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줄 수 있었던 시간이라 자평합니다. 교수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우리 사회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고 그 부분이 결국 논쟁의 부재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죠. 그런 맥락에서 서로 인정하면서 논쟁이 일상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훈련이 필요한 지점이죠. 기본적으로 학교 시민교육을 통해서 형성됐으면 좋겠지만,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특히 우리 동양포럼을 통해 그런 기회가 충분히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시간들을 통해 건전한 시민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해봅니다. 이로써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동양포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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