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미 희 청주 경덕초 교감

전국 최초 4개 국어 번역 ‘학생생활규정’ 제작
생활교육 소외 극복 위해 적극 행정 펼쳐
별도 예산 없는 상황서 다국어콜센터와 협력
“이번 요약본이 소수 언어 번역의 발판 되길”

김미희 청주 경덕초 교감
김미희 청주 경덕초 교감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전국 최초 초·중학교 다국어 학생생활규정을 제작해 생활교육의 지평을 넓힌 김미희(52·사진) 청주 경덕초 교감.

그는 학생생활규정을 초등학생용과 중학생용으로 나눠 학교별 중요한 공통사항을 중심으로 한글을 요약하고 이를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베트남어 4개 국어로 번역·제작해 충북 전체 학교와 공유했다.

김 교감은 “도내 각급 학교 학생생활규정이 권리와 의무를 담고 있어 그 내용을 알아야 권리와 의무를 지키고 찾을 수 있다”며 “특히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장벽은 자칫 학습결손으로 이어져 학습도움과 생활지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 여수 출생인 김 교감은 1988년 청주교대에 입학하면서 청주와 인연을 맺었다. 1992년 옥천 죽향초에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보다 넓고 깊은 학문을 갈고닦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1996년 파견형식으로 한국교원대서 석사과정(영어교육과)을 거친 후 청주 풍광초·남성초에서 교직생활을 이어오다 국비 유학 파견으로 미국 오클라호마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도 밟았다.

충북대에서 박사(영어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청주 남평초와 보은 수정초·회인초에서 교사로 활동하다 장학사 시험을 거쳐 옥천교육지원청과 단재교육연수원에서 장학사업을 펼쳤다.

지난해 3월 청주교육지원청 생활교육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학생생활규정을 통한 평화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다국어 학생생활규정을 제작, 생활교육 소외 극복을 위한 적극행정을 펼쳤다.

학교폭력 피·가해관련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 원인이 한글로만 제정된 학생생활규정이 다문화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해득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다국어 학생생활규정 제작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상시로 학교급별로 생활규정을 컨설팅해 제·개정 지원에 나섰다.

학생생활규정은 학생자치활동 및 학생의 징계·교육 방법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해 교육공동체가 스스로 정한 약속이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학생들이 바른 생각을 스스로 실천하며 우리 사회의 능동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종교 및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 교육활동 참여의 권리, 학생 복지에 대한 권리, 학생인권 보호 등이 담겼다.

학생과 보호자의 의무와 폭력에 대한 대처, 학습활동, 교과외 교육활동, 소지·사용 금지 물품과 소지품 검사, 복장 및 용모, 전자기기 관리, 학업중단숙려제 등 학교생활도 요약해 놨다.

김 교감은 “생활교육 주 업무 담당자와 관련 담당자(학생자치, 민주시민교육, 학교폭력예방교육) 간의 상시소통을 통한 학생생활규정 다국어지원 필요성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기획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교감이 속했던 청주교육청 학생지원과(3명)가 기획·제안을 하고 충북도교육청 학교자치과(2명)는 다문화학생 및 지원현황 파악, 청주교육청 유초등교육과·중등교육과(2명)는 청주 초중학교 한국어학급 현황 파악, 초중학교 생활담당교사·전문직(8명), 청주교육청 학생지원과·학생자치네트워크학생위원(37명)은 일반학생 의견수렴, 한국어학급 재학생(50명)은 다문화학생 의견수렴, 충북국제교육원 다문화교육지원센터(8명)는 다국어 번역 등 협업이 이뤄졌다.

실무지원단 구성과 N차 협의회 운영, 청주학생자치네트워크 온라인 밴드 학생위원과의 상시 소통과 모니터링도 했다.

특히 별도 예산이 없던 상황에서 기존 사업(생활교육, 학생자치네트워크)과 연계하고 충북국제교육원 다국어콜센터와 협력해 자체 번역을 추진하는 등 서로 재능을 모아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충북교육’을 실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 교감은 “이번 학생생활규정 한국어요약본을 바탕으로 시리아어, 우즈베키스탄어 등 다양한 소수 언어 번역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9월 1일자 정기인사에 따라 일선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공부하고 초등교육 종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사진 지영수 기자 jizoon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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