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미술평론가

인상적인 집합체, 242x607cm, 나무판 위에 아크릴, 2019

[동양일보]작가에게 물었다. 언제 처음 하늘을 보았나? 늘 거기에 있는 자연의 하늘, 다른 이의 하늘이 아닌 작가의 하늘을 언제 어떤 계기로 보았나? 신용재(37) 작가는 그때를 대학 졸업을 전후한 시기로 기억한다. 사랑의 상처와 상실감이 하늘로 눈길을 당겼다고 한다.

그때는 하늘을 향한 외침이었다. 작가는 고개 들어 머리 위로 향한 눈길에서 하늘에 그려진 건물 상부 창문과 베란다, 옥상 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선과 형태(스카이라인), 전선, 스피커 등의 설치물, 날아가는 비행기, 그리고 하늘. 그곳에 펼쳐진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구름과 빛의 변화를 보았다. 작가는 연인과의 헤어짐, 사랑의 상실감을 하늘로 향해 외쳤고 그때 비로소 건물의 옥상과 하늘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2016년 작가는 땅 위에서 건물 사이에 갇혀 바라보던 하늘에서 벗어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본다. ‘전경이 보이는 장소로 올랐다. 하늘이 보이고 산의 능선이 우아했다. 새가 텅 빈 하늘을 날았고 비행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건물 옥상과 함께 산을 오르며 ‘익숙한 듯 익숙치 않은 변화’를 보았다. 매일 오를수록 점점 더 작가는 예민한 눈을 갖게 되고 보이지 않던 변화들이 보이고 귀는 더 밝아지고 작가의 숨소리는 잦아들었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해진 작가는 하늘이 보여주는 변화에서 새로움을 느꼈다. 이전에 작가는 눈과 마음으로 하늘을 새기고 사진으로 찍어 작업실 안에서 작업했다. 이때부터 작가는 옥상 현장에서도 그때그때의 하늘을 즉흥적으로 담기 시작한다.

서문동 공구골목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오가던 2017년 어느 날 작가는 공구골목에 높이 솟아있던 오아시스 모텔, ‘해가 지는 시간 누런색과 분홍색을 가진 생기 있는 하늘과 묘하게 어울리는’ 옥외간판을 보았다.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공구골목, 모텔, 오아시스라는 단어가 생기있는 하늘과 함께 어울려 있는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작가의 하늘은 2018년 어머니를 여의면서 한 번 더 깊어 진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은 고통과 우울증을 동반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다만 ‘살아가는 의미가 도착하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게 작가는 옥상으로 올라가 그곳에서 어머니를 향해 마치 모르스 부호를 하늘로 보내듯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다. 슬픔의 해소였다. ‘저 어딘가에서 작가의 메시지를 봤으면 하는 추상적인 바람이다.’

작가는 매일 ‘옥상에 올라가 그날의 하늘을 본다.’ ‘날이 샐 무렵, 아침이 오는 기운, 정오의 눈부심, 해질녁 소리 없는 변화, 빛이 사라지는 밤. 반복되는 매일 반복되지 않는 변화’ 작가는 옥상에서 ‘반복되지만 오늘과 내일이 다른 삶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그린다. ‘빗속에서 빗물에 뒤엉킨 우연’도 그대로 담는다.

오는 10월 21일 사직2동 국보제약 도로에 연결된 좁은 골목길 안쪽 이름도 예쁜 ‘햇빛이 잘드는 이곳; 26도씨 갤러리’에서 전시 예정이다. 이제 곧 재개발로 사라질 사직동 골목을 기억에 담아두는 가을 산책 겸해서 작가를 응원해야겠다.

신용재 작가
신용재 작가

▷신용재 작가는...

한남대학교 회화과(서양화 전공, 2012), 동대학원 미술학과(2014) 졸업. 개인전 6회,

그룹전 10여회. 챕터Ⅱ(서울)창작레지던시 등 3곳, 청주시립미술관, 서울시청(문화본부 박물관과) 등 작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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