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이성용 <청주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동양일보]영국의 문학비평가로 유명한 테리 이글턴은 <낙관하지 않는 희망>이란 책에서, 희망과 욕망의 비극적 관계를 명확히 분석해 저평가 되어 있던 희망의 가치 상승을 표현했으며, “지금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갖고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는 낙관주의적 관점에서의 희망은, 낙관주의의 허울에 쌓인 희망이고 더이상 희망이 아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안전가치 추구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작 안전을 위한 실천은 소홀히 다뤄왔다. ‘언젠가는 이뤄지겠지!’ 라는 낙관적 희망은 이제 버려야 하며, 그 기대를 달성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전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2012년 2월 5일부터 신축과 개축 등의 건축허가 된 주택은 의무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해야 한다. 기존 주택 또한 2017년 2월까지 유예하여 설치되도록, 법제화가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5년 차를 맞는 올해. 과연 얼마나 설치됐고, 언제까지 설치만 해야 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금년 6월말 기준 도내 주택용 소방시설은 설치율은 73.5%이다. 취약계층으로만 한정한다면 98.6%로 국민안전 희망의 종착점이 보이고 있다. 이는 주택용 소방시설의 보급활성화를 위해 발로 뛰며 노력한 소방기관의 노력과 사회공헌기업,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에 비교한다면 미약할 뿐이며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기에는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소방에서는 올해를, ‘주택용 화재경보기 홍보 집중의 해’로 정해 국민들의 자율설치 홍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제 100% 목표달성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다.

희망에 대해 희망하는 희망이 되려면, 지금 바로 주변의 가족과 친지분들의 가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미처 설치하지 못했거나, 설치는 했지만 고장상태로 방치되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둘러보는 것이 필요하다.

9월엔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고향집을 찾기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부모님과 친지들께 안부를 전하며 삶의 터전을 지켜줄 ‘주택용 소방시설’을 선물해 주는 것은 어떨까!

모두가 기적이 올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지만, 아무 노력없는 맹목적 희망은 이를 이룰 수 없다. 지금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소소한 희망을 실천해 나간다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고, 모두가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기적의 희망을 만들 수 있기에, 낙관하지 않는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꽃다운 청춘은 어느새 시들어가고 있지만, 과거 넉넉하지 못했던 삶은 바로 그 장소에서 언젠가 우리가 잃어버린 낱낱의 경험으로 복권된다.’고 말한 테리 이글턴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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