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동양일보]어제저녁 뉴스를 보다가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서울 마장동에 있는 고기를 파는 정육 시장들이 추석을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루는 광경이었다. 추석 전에 국민의 88%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지원되어 소고기를 사러 마장동을 찾는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장엔 손님이 없어 심한 불황을 겪다가 실로 오랜만에 마장동에 빨간 조명과 소고기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한 편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선 갤럭시워치를 재난지원금으로 사기 위해 편의점에 줄을 선다는 뉴스도 있었다. 보통 스마트 워치는 고가의 시계로 많은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고급시계이다. 뉴스의 평에서는 재난지원금으로 한 번에 소비하는 시계를 사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이야기도 회자 되고 있었다. 어쨌든 코로나 19로 인한 구호금은 소비자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반 국민들 모두에게 지급되는 두 번째 지원금이다. 1차 지원금은 혼란을 거듭하다 전 국민에게 지원되었다. 나도 작년에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지급 받아서 가족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으러 밖으로 나간 적이 있었다. 우리 옛말에 양잿물도 공짜로 주면 먹는다는 재미있는 말이 있어서 그런지 내가 근로해서 번 돈으로 먹는 고기보다 훨씬 맛있게 먹었던 기억과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생각이 난다.

올해 9월에 지급되는 지난 지원금은 상위소득 12%를 제외한 나머지 88%의 국민들에게 지급한다고 한다. 처음엔 80%를 준다고 하더니 최종 88%를 준다고 했을 때 나도 당연히 받을 줄 알고 지출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이냐? 6월 직장건강보험료에 달랑 걸려 컷오프 되었다. 내가 대한민국 상위 12%에 든다니 뿌듯해 해야하나, 아니면 지원금 받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에 속상해 해야하나 심히 고민이다. 8월 말 정년퇴임 하여 실업자가 된 내가 ……, 더군다나 내 집도 없어 전세살이하며, 전세값이 싸다고 나가 달라는 눈치 보는 내가, 지원금을 못 받다니 정말 어이가 없는 현실이다.

이렇게 속상해하는 가운데 어제 신문을 보니 이웃한 도에서는 지원금에서 소외된 나머지 12% 도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정책적으로 제외된 사각지대에 있는 도민들을 지원해 정부 정책을 보완하고 정책의 완결성을 높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정말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지원금을 주는것이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점이 너무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강남에 사는 부자도 벤츠 타고 무료급식소에서 밥을 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세상이다. 좁디좁은 대한민국 땅인데 어느 도는 돈이 풍부해 툭하면 도민들에게 지원금이나 격려금 주고, 우리 충북도는 가난하다고 입 싹 닫고 있는게 너무나 화가 난다. 똑같은 세금 내는데 왜 차별을 받는지, 오늘은 생전 처음 부자 도로 이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가족들과 소고기 사 먹고 싶은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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