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요섭 진천소방서 소방교

충북 소방본부 내 유일한 자살 예방교육 전문강사
2017년부터 15명 구해내며 복지부 장관 표창 받아
주변 자살 징후, 치료 등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자살은 문제 해결 아닌 중간에 책 덮는 행동일 뿐”

안요섭 소방경
안요섭 소방경

[동양일보 김성호 기자]"죽을 용기로 살면 더 잘 살아 갈 수 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거든요. 정부의 지원 정책이라든가..."

스스로 삶을 내려놓으려는 15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진천소방서 안요섭(29·사진) 소방교.

그는 충북 소방본부내 유일한 자살 예방교육 전문강사로, 지난 2017년 11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약 135건의 자살 관련 출동에 임했고 15건의 자살방지와 안전조치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냈다.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10일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배우 손현주 씨와 함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리투아니아(31.5명)에 이어 세계 2위다. 34분마다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리투아니아와 우리나라에 이어 카자흐스탄(26.9명), 벨라루스(25.3명), 일본(24.4명)이 뒤를 잇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선 우리나라가 단연 1위로, 프랑스(17명)와 스웨덴(15.8명), 노르웨이(11.4명), 미국(11.1명), 덴마크(10.6명), 독일(9.5명), 영국(9.2명), 이탈리아(5.2명) 등의 순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크게 낮은 것이다.

주변에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잘 살펴보면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주변에 자신의 의지나 고통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주변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면 비극에 이르게 되죠. 따라서 주변에서 그런 신호를 보내면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게 하거나 가족에게 알려야 해요"

과거 자살 시도 경력이 있던지, 급격히 식사를 못하던지, 안색이 안 좋아도 자살 징후라는 게 안 소방경의 진단이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에겐) 응급적 중재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게 좋아요. 이는 생활상의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을 분산하고 자살 행동까지 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죠. 또한 특정한 상황, 정서적 반응이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거나 과거의 시도로 이어지는지 분석해서 통제 못할 상황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분노, 좌절, 상실에 대해 파괴적이지 않은 다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죠"

인생이란 소설은 끝까지 가 보지 않으면 희극인지 비극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인지, 조연인지도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이치다. 처음 몇 쪽 읽고 별로라며 덮어 버리기에는 인생이란 소설에 흥미로운 구석이 너무나도 많다는 얘기다.

안요섭 소방경
안요섭 소방경

 

동료 소방관들을 상대로 게이트키퍼(자살 위험 대상자의 자살 시도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ㆍ지원하는 사람) 양성 교육을 실시해 자살에 대한 인식, 자살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그.

"최근 일인데 문백면 봉중리에 출동한 적이 있어요. 당시 청소업 등 경제적으로 바쁘게 살았던 분이었는데 결국 돈때문에 아내와 다투고 실종됐죠. 주변을 수색하다 10여km 이동해 오창 주민안전센터에서 그를 찾았어요. 그는 평생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살림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였고, 자살 충동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어요. 부인과 함께 집까지 모셔다 드리면서 설득했고, 현재는 현업에 복귀하셨죠"

안타까운 사연과 현장 출동도 적잖다고 했다.

"지난 2019년 8월 음성군 금왕읍 본대리에 사는 남자 분이 가족들에게 문자만 남기고 실종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어요. 핸드폰 GPS통해 찾아보니 무극저수지 인근으로 나오더라고요. 급하게 저수지에 도착해 수색하다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죠.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잠수장비를 이용해 반나절 이상 수색한 끝에 저수지 안쪽 20m지점에서 겨우 시신을 찾았어요. 경제적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자살을 시도하기전 정부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의 도움을 받아 보라고 권하는 그. 그래도 힘들 다면 남아있을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해야 봐야 한다고 했다.

"(자살 시도 전에) 소방서라든가 보건소 등 주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살아갈 방법이 생길 거예요. 인생은 길잖아요. 자살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중간에 책을 덮는 행동일 뿐입니다" 진천 김성호 기자 ksh3752@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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