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용 시조시인

최미용 시조시인

[동양일보]여느 시골이 다 그렇겠지만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우리 마을은 70대 이상 노인이 마을 인구의 70%나 차지한다.

도시는 아파트위주의 주거시설에 인구도 많고 인재도 많아 통장을 뽑는데 경쟁도 심하다고 들었지만 시골에서는 꿈같은 얘기일 뿐 연령층도 높고 독거노인도 많아 이장 뽑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2016년 우리 마을역시 선출이 어려워 장기간 모두 서로만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마을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하는 이장 감투는 잘 해야 본전인 탓에 모두가 꺼리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서로가 차일피일 미루며 이장 없는 마을이 되려나하고 우려 할 때 여성 한 분을 이장으로 추대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마을이 생긴 후 처음 여성을 등장 시켰는데 그분이 바로 행정리 중리마을 유제순 이장님이다.

나는 마을에 다시 이어갈 이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칠십의 나이이자 여성인 이장에게 힘든 일을 맡기는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면서 마음 한구석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이장님은 행정리에 시집와 여기에 터를 잡고 사신지 50년이 넘었다. 젊은 시절 이장님은 맵시•솜씨•마음씨를 어디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라서 마을 어른들께서 자자하게 칭송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시어머니께서도 살아계실 때 유제순 이장님을 많이 칭찬을 하셨다. 어른들에게 싹싹하고 살림살이는 물론, 논밭에서 일할 때도 묵묵히 힘든 일도 잘 하시는 부지런한 분이라고 하셨다.

처녀시절 이장님은 친정 어머니께서 시골에 시집가면 고생 한다고 서울로 보내 직장에 잘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용감한 ‘시골총각’ 손에 붙잡혀 내려와 삼 남매를 두고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우스갯’ 소리도 하신다.

이장님은 마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신다. 지난해는 군의 예산을 받아 마을에 방치되어 있던 ‘옛 우물“도 근사하게 복원해 주변 환경을 개선했다.

매년 봄이면 군에서 지원되는 거름•비료•농약 씨앗 등을 집집이 다 챙겨줘 농사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준다.

마을에는 공동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제법 있다.

초여름 도로 옆 무성해진 풀을 제거하며 길 주변을 정리하는 일은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방치되어 마을 미관이 엉망이 된다.

새벽부터 솔선수범 하는 이장님을 보면 마을주민들도 하나 둘 나서서 제초 작업을 함께한다. 명절을 앞두고는 동네 방송으로 신나는 음악을 켜면 빗자루나 호미를 모두들 들고 나와 마을 대청소를 하는 일은 이제 마을의 전통이 되었다. 대청소 후 마을회관에서 찌개를 끓이고 막걸리를 준비해서 마을주민의 화합을 위하는 일도 이장님의 몫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지난해부터는 마을 위해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가호호 방문해 코로나19관련 공지사항을 전하며 마스크 보급을 하는 것부터 몸에 이상이 있는 주민이 있는지 세심히 체크하는 정성도 남다르다. 당신도 코로나19 감염에 자유롭지 않을 텐데 마을에 애•경사가 생길 때마다 주민들의 대표로 참석해 가까운 곳, 먼 곳 가리지 않고 다녀오셨다.

그리고 마을일을 하다보면 왜 주민들과의 갈등이 없었을까?

우리 마을이 분쟁 한 번 나지 않고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은 항상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이장님 덕분이다. 언제나 당신을 낮추고 미소로 답하면서 내면의 강한 힘을 지니신 들꽃같이 아름다운 이장님!

화목한 우리 마을의 자랑입니다. 이장님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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