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옥 수필가

김정옥 수필가

[동양일보]작은사위는 유난히 땀이 많다. 뜨끈한 찌개라도 먹을라치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느라 바쁘다. 젖은 티슈가 한옆에 수북이 쌓인다.

땀이든 콧물이든 닦을 땐 티슈가 제격이다. 갑자기 터진 재채기로 튀어나온 침을 닦아낼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예전에는 손수건이 그 역할을 맡았다면 요즈음은 티슈가 그 막중한 임무를 대신한다.

어려서는 보지 못했던 많은 물건 중의 하나가 티슈일 것이다. 그런데 이 티슈가 젖은 형태로 둔갑을 하여 요즘은 안 끼는 데가 없을 정도이다. 물티슈는 티슈지만 정확히 말하면 마른 티슈와 근본부터 다르다. 질긴 부직포에 화학 첨가물을 처리했으니 일회용 물수건이라고 하는 게 맞지 싶다.

물티슈 인심이 참 후하다. 거리에서 교회를 홍보하는 분들이 나눠주는가 하면 신축 아파트나 마트 홍보용으로 승용차 손잡이에 슬쩍 매달아 놓고 가기도 한다. 이렇게 짬짬이 생긴 물티슈가 여러모로 긴요하게 쓰이곤 한다.

식당에 가면 앉자마자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도 물티슈다. 음식 먹을 손부터 닦으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수건이 나왔는데 물티슈에 밀려 요즈음은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은 물티슈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자주 찾는다. 흔한 것은 많이 사용한다는 뜻도 된다. 생활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흔한 것이 천하다고 생각할 일도 아니고 함부로 대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몸에 무언가가 묻어 끈적거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 보니 물티슈는 여자들의 핸드백 속에 필수품이 되었다. 아기와 외출하는 엄마의 가방에 특히 없으면 안 될 물품이다. 하물며 요즘처럼 코로나19 시국에는 물티슈가 더더욱 필요하다.

티슈는 닦는 임무를 띠고 세상에 나왔다. 더러움을 닦는 용도로야 걸레가 한 수 위라고 쳐도 편리성으로 보면 티슈가 훨씬 더 낫다. 걸레는 빨아야 하지만 물티슈는 한번 쓰고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다 똑같이 제 몸을 더럽혀야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이런 희생이 어디 있을까. 실로 살신성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요즈음은 항균 물티슈도 나왔다. 바이러스를 예방해준다니 참으로 고맙다. 코로나가 4차 대유행으로 점점 번지고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방역 마스크로 막고 항균 티슈로 닦아 코로나가 점점 누그러졌으면 좋겠다.

나뭇잎에 앉은 흙먼지는 소나기 한줄기면 깨끗해지고, 내 손에 묻은 끈적임도 물티슈 한 장이면 없어지는데 마음에 묻은 때는 어떻게 닦아야 할까. 알량한 자존심과 욕심, 지나친 편견과 오만이 문제이다. 오래 묵은 때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아 물티슈 한 장으로는 어림없을 것 같다.

모든 사물엔 양면성이 있는 법이다. 물티슈가 아무리 편리하고 좋아도 환경을 생각해 지나치게 사용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 마음에 때가 조금이라도 덜 타게 마음보 단속부터 잘해야 하리라.

대학에 ‘물유본말(物有本末) 사유종시(事有終始) 지소선후(知所先後) 즉근도의(則近道矣)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선후를 알면 도에 가깝다.’라고 하였다. 온갖 대소사에 심신의 세정洗淨이 시작이고 우선일 터이다. 앞으로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는 일에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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